90 : 글쓰기 좋은 질문 539번

by 마하쌤

* 다음 문장을 완성하고 그 문장에 이어 계속 써보라.

"나의 첫 번째 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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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사회생활은 문화일보 사업부였다.


당시 나는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는 중이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려고 보니, 이력서에 적을 게 하나도 없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아,

이런저런 자격증이라도 좀 따두려고 선택한 휴학이었다.


그런 중에 넷츠고 영어동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던 소 선배가 나에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가 내한 공연을 하는데,

준비 작업을 도와줄 수 있냐는 제안이었다.

'놀면 뭐하나'와 '돈 좀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바로 하겠다고 말하고,

서대문에 있는 문화일보 사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양복을 입고 바쁘게 움직이는 어른들 틈에서,

사무실 구석 작은 책상을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

공연 티켓 관리 업무를 맡았다.

당시만 해도 예약 전화가 오면, 남아있는 좌석표에서 빈 좌석을 배정하고, 나간 자리는 색연필로 칠해두고,

손금고에서 그 자리의 티켓을 꺼내 바로 봉투에 넣고, 예약자의 이름을 적는 작업을 해야했다.

(고 앙드레 킴 선생님께서 직접 예약 전화를 걸어주신 걸 받았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좌석 등급별로 색깔을 달리해서 칠한, 커다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좌석도와,

손금고에 들어있는 전 좌석 티켓들이 내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다.

선배도 자기 지시가 아니면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티켓에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상기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딱 봐도 윗분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 사업부로 찾아왔다.

그리고 R석 공연 티켓을 요구했다.

난 사수의 지시가 없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뒤에 선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이 분이 누구신지 아느냐!' 류의 눈짓을 막 해댔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높은 사람의 위세에 별로 쪼그라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예의는 지키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손금고를 딱 껴안고 버텼다.

죽어도 안 된다고.

일개 알바 주제에 하도 강경하게 나오고, 도통 말이 안 통하는지라,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쾌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나는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티켓을 사수한 것이 너무 뿌듯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선배의 폭풍 칭찬을 기대했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을 것 같은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



내가 처음 경험한 사회생활은 무척 고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이 계속해서 빵빵 터지고,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래도 결국은 어찌어찌 수습이 되서 진행이 되었고,

일단락이 되고 나면 다같이 회식을 했다.


고깃집의 둥그런 철제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리가 함께 겪었던 고난의 순간들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어쨌든 "건배!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맥주잔을 부딪히던 순간들이,

꼭 어른의 맛인 것만 같아서, 신기하고 좋았었다.


그렇게 해서 고생 끝에 '이무지치 내한공연'이 잘 끝났고,

아티스트 선생님들을 공항에서 배웅하며 같이 기념 사진도 찍고,

엄청 유명한 예술가들이지만,

옆에 있으면 그냥 동네 아저씨, 할아버지 같은 분들과 교류했던 그 경험이 지금도 너무 소중하게 남아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살고 있지만,

나의 첫 사회생활이었던 문화일보 사업부에서 지낸 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때 나에게 일을 제안해주었던 나의 첫 사수, 소 선배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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