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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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집을 열 평 이상 줄여서 가기 때문에, 기존에 갖고 있던 것들을 다 가져갈 수가 없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건만...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과거의 내 기록들이다.
멀리는 국민학교 때 쓴 일기장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고등학교 때 매일 갖고 다녔던 수첩과 다이어리,
대학 와서 영화 볼 때마다 썼던 영화 리뷰 노트(손톱만한 각 영화 포스터도 오려서 붙여놨다),
첫 직장에서 썼던 업무 다이어리,
이후엔 무려 20년 동안 우리 대학에서 매년 나오는 졸업생 기념 수첩을 사용했었다.
또 그 사이에 쓴 3년 다이어리, 5년 다이어리, Q&A 다이어리 등등,
내가 살아온 매일 매일의 흔적들이 손때 묻은 채로 그대로 남아있다.
어디 그뿐인가,
중고등학교 때 내가 주도해서 만들었던 문집,
글쓰기 교실 하면서 엮은 결과물들,
대학원에서 문학상담 공부하며 썼던 시...
나와 관계된 모든 기록들은 하나도 버리기가 싫은 것이다. ㅠ.ㅠ
하지만 내 나이 50.
그 세월 동안 쌓인 기록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정말 너무너무 많고 무거워서, 이삿짐 옮기시는 분들께 미안할 정도다.
이걸 갖고 있어봐야 맨날 들여다볼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 한 구석에 놔두고 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도대체 이걸 왜 버리지 못하는 걸까?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유명해지면, 자서전 쓸 때 다 필요한 자료들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솔직한 마음은, 그것들이 다 나 같아서 못 버리겠다.
7살의 나, 18살의 나, 30살의 나, 48살의 나...
내 안에 그 모든 내가 남아는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두 사라져버린 나들에 대한 증거이자, 기억이랄까...
하여튼 도저히 못 버리겠다.
그냥 나 죽고 나면 나 아닌 자가 한 번에 버리게 해야지,
내 손으로는 절대 못 버릴 것 같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