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 글쓰기 좋은 질문 18번

by 마하쌤

* 어린 시절 동네에 있었던 나무들의 이름을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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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지!

내가 지은 나무 이름이!!!



어릴 적 나는 자발적 왕따에 가까웠고,

교우 관계가 썩 좋지 않았다.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학급 임원 같은 것엔 늘 당선이 됐지만,

결코 학우들에게 인기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나는 그들과 술래잡기를 하거나, 고무줄 놀이를 하기엔 체력이 너무 부실했고,

(달리기가 느려서 맨날 술래만 하거나, 내가 끼면 고무줄에 맨날 걸리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돌고래 비명을 지르는 것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 당시 내 눈에 애들은 너무 유치했고,

난 그들과 놀기엔 확실히 에너지가 달렸다.



그래서 숨어들었다.

학교 운동장 한 편 구석에 있었던 대나무 숲 속으로.



거기에 숨어있으면 친구들이 나를 볼 수 없어서,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었다.

나는 종종 컵에 물을 퍼와서 대나무에게 물을 주기도 했고,

그 밑에 내 소중한 물건을 담은 상자를 타임캡슐처럼 묻어두기도 했다.

(그 상자는 나중에 운동장 뒤집어서 새 건물 지을 때 사라져버렸다. ㅠ.ㅠ)



그리고 어느 날,

대나무 숲 옆에 있던 작은 단풍나무를 만났다.

가지가 땅 쪽으로 낮게 자라던 나무였는데,

빨갛고 작은 단풍잎들이 꼭 내게 내민 다정한 손 같아서,

매일 그곳에 가서 단풍 나무 기둥에 기대어 혼자 책을 읽곤 했다.

바람이 불면 가지가 흔들리면서,

그 작은 손들이 나를 간지럽히는 기분이 아주 즐거웠다.



나는 이 소중한 단풍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마침 그 당시 내가 즐겨보던 만화가 바로 황미나 작가님의 '불새의 늪'이었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이 굉장히 이국적이었다.

레니비에, 쥬델, 류시앙, 아스튜리아스, 베르젠느, 플레제이유, 아르트와...



그래서 내 나무의 이름도 그와 비슷하게 지어주기로 결심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가 지어준 이름은 바로 '오클라데스'!



졸업하면서 오클라데스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살다가 문득 오클라데스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는,

그 근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생경한 흰 건물만 우뚝 서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의 작은 단풍 나무 오클라데스가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그 외로운 시절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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