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 글쓰기 좋은 질문 124번

by 마하쌤

* 받고 싶지 않은, 가장 짜증나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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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가장 짜증을 냈던, 잊을 수 없는 전화가 있긴 하다.

지금은 더이상 그런 전화를 받지 않지만,

30대 때까지는 집으로 그런 전화가 종종 오곤 했다.


바로 결혼 중매인들의 전화다.

내가 여대 출신이기 때문에, 여대 졸업 앨범을 구한 결혼 중매인들이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기혼자들은 제외하고, 미혼자들 위주로 연락을 돌리기 때문에 아마 계속 받게 되었던 듯 싶다.


대부분은 그냥 "관심 없습니다." 하고 끊어버리곤 했는데,

딱 한 번, 내가 전화를 끊기 전에 그쪽에서 내뱉은 한 마디에 꼭지가 돌아버린 적이 있었다.

그 여자분은 다급하게 "ㅇㅇㅇ님에게 딱 맞는 사람을 제가 알고 있어요!" 라고 소리쳤는데,

내가 그 말에 완전히 미쳐버렸다.


아니,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당신이 감히 어떻게 나를 안다는 거야?

심지어 나에게 딱 맞는 사람까지 알고 있다고? 하!

이 말에 정말이지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그 여자분은 내가 관심이 있다고 착각을 했는지,

이번에 사법연수원 출신들이 대거 나왔는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실제론 자기들에게 필요한 조건의 사람을 찾는 거면서,

마치 나에게 더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 그 뻔뻔함도 싫었지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감히 다 안다고 말하는 그 무례함에 치가 떨렸다.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전화에 대고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마지막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유선 전화기까지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에구... 그 시절에 나는 참 다혈질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게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바로 끊지 않고, 관심있게 듣고 응대하는 엄마의 태도도 싫었고,

그런 조건의 매칭으로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 자체도 싫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그래서 네가 여태 싱글인 거야", 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ㅎ



암튼 요새는 더이상 그런 전화가 안 오니까 참 좋다.

이로써 나이 들어 좋은 게 하나 더 추가됐구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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