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세가 된 롤리타가 이제는 노인이 된 험버트에게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어떻게 망쳤는지 말하는 편지를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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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Lolita)'를 읽어본 적이 없다.
1997년에 나온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의 영화 '로리타'도 포스터만 본 적이 있을 뿐이다.
줄거리도 어린 소녀와 중년 남자의 부적절한 사랑 얘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나무위키에서 '롤리타'에 대한 정보를 읽어보곤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하나의 소설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관점과 기준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소아 성애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묘사한 책이라니...
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12살, 소설 속 롤리타 또래의 여자 아이들에겐 성인 여성을 흉내내려하고,
자기 나이보다 성숙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발달상 정상적인 과정인데,
게다가 롤리타의 경우엔 편모 슬하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성인 남성에 대한 애정 결핍이 있는 것이 꽤 명백한 편이라,
험버트에 대한 관심이나 그의 시선을 갈구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는 건데,
다 큰 어른인 험버트가 그것을 이용해 롤리타가 자신을 유혹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왜 어른인가?
어른은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라고 있는 존재다.
행여 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고 하는 행위들이 있더라도,
지혜롭게 잘 어르고 타일러서 제자리로 돌려보내야지,
그래야 그게 어른이지,
애 핑계를 대면서 "쟤가 먼저 날 꼬셨다!"고 말하며 마음껏 이용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유치하고, 한심하고, 어리석은, 애만도 못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 쓰면 쓸수록 열받네...
결국 험버트야말로 그 나이 먹도록 한 치도 자라지 못한 애였단 얘기다.
자신의 첫사랑 소녀의 죽음을 어른이 되어서도 받아들이지 못한 나머지,
그 또래의 여자 아이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느끼는,
해결되지 못한 감정에 고착되어 집착하게 되어버린,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란 뜻이다.
미성숙한 어른이 조숙한 아이를 망쳐버린 케이스라고 해야 하려나?
하지만 나의 이런 견해조차 위험하다.
왜냐하면 소설을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나무위키의 파편적인 정보만 읽고 쓴 글이니 말이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 내 생각이 또 어떻게 변할진 모르는 일이니까.
다시 글감으로 돌아오자면,
어쨌든 나는 롤리타가 45세가 될 때까지 험버트라는 인간에게 "네가 나를 망쳤어!"라고 원망을 쏟아내는 여성으로 자라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롤리타도 험버트랑 비슷한, 남탓하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재앙이니까.
롤리타는 험버트처럼 과거에 고착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어린 시절의 원치않는 아픔이 있었더라도, 그것의 문제를 뒤늦게라도 깨닫고,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잘 성숙해나가길 바란다. 그러니 롤리타, 노인이 된 험버트에게 편지 따윌 쓸 필요 없어. 그와 상관없는 너의 인생을 살아가. 그러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