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 글쓰기 좋은 질문 300번

by 마하쌤

* 끔찍한 하루를 보낸 당신, 세상에 대해 잔뜩 화가 나 있다. 당신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희망에 가득찬 어린 작가들에게 악의를 품고 세상에서 가장 나쁜 조언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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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하게) 글을 잘 쓰고 싶어요? 그럼 영감(inspiration)을 기다리면 돼요. 예술가는 영감이죠. 영감이 없는 글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영감을 어떻게 얻을 수 있냐구요? 당신이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거면, 개나 소나 다 얻을 수 있는 거겠죠? 영감은 당신이 무슨 수를 쓰든 얻을 수 없어요. 그냥 오는 거예요. 한 마디로 영감 마음이죠.


그런 게 어딨냐구요? 하, 당신은 예술이 쉬워보여요? 예술은 뭐에 씌워야 할 수 있는 거예요. 여러분 자신이 아니라 영감이 여러분을 덮쳐서, 여러분을 연필처럼, 붓처럼, 도구처럼 사용하는 거라구요. 자기가 뭘 하는 거라고, 자기가 뭘 만들어낸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다 웃기는 노릇이죠. 여러분은 그냥 철저히 이용당할 뿐이예요. 영감 없이 당신 힘으로 써낸 글을 좀 봐요. 그게 어디 글이던가요? 영감이 있고 없고가 모든 것을 좌우해요. 있으면 좋은 작품이 되고, 없으면 거지 같은 글나부랭이가 되죠.


영감은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들고 써요. 그 선택엔 여러분이 뭘 하든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어요. 그냥 랜덤이예요. 그 랜덤 자체가 예술이라고 봐야겠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두 손 들고 "영감님, 제발 저에게 와주십시오" 하고 비는 것밖에 없어요.


그럼 작가인 게 무슨 소용이냐구요? 맞아요. 소용 없어요. 그걸 여태 몰랐어요? 우리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 남들보다 잘 받아적는, 혹은 잘 듣는 성향이 더 많을 뿐이죠. 영감이 더 좋아하는 인간들이 있긴 해요. 그들에겐 더 오래 머물죠. 그러는 동안 그들은 베스트셀러를 줄줄이 써내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 또한 영감 마음이예요. 그러니 글을 잘 쓰려고 골머리 썩이지 말고, 차라리 영감이 좋아하는 취향이 뭔지를 연구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내가 안 쓴 글,

즉, 영감이 내 손을 잡고 쓴 글이 제일 좋은 글이예요. 이제 알겠어요?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영감아, 내게 오라!" 하고 고사나 지내세요.

그게 그나마 제일 빨리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구요. 쳇.


(오우... 진짜 나쁜 조언 같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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