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나를 비춰보다" - (29) 짖어봐 조지야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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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나를 비춰보다" - (29) 짖어봐 조지야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많다.

하지만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준 그림책을 꼽아보라고 하면, 몇 권의 책으로 좁혀진다.

그 중에 한 권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면 될지에 대해 완벽한 가이드를 제시해준 책이다.


그런데 어제 또 한 권의 인생 그림책을 만났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책이었고,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책이었는데,

갑자기 내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어놨다.

오늘은 바로 그 그림책, '짖어봐 조지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조지의 엄마는 조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지야, 짖어 봐."

그러자 조지가 짖는다.

"야옹."


엄마는 조지가 '개'이므로, '개' 답게, '멍멍' 짖기를 원한다.

하지만 조지는 '야옹', '꽥꽥', '꿀꿀', 심지어 '음매'라고 짖는다.

그래서 걱정이 된 엄마가 조지를 병원에 데려간다.


표지 속의 조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난 조지의 모습이 슬프게 느껴진다.

특히 애처롭게 엄마를 바라보는 눈.

살짝 앙다문 듯한 입.

뭔가 체념하고 포기한 듯한, 그러나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못한 채,

엄마를 향해 고개를 불안하게 치켜들고, 앉아있는 모습이 다 슬프다.


왜?

조지의 엄마는 '답정녀'이기 때문이다.

조지의 엄마는 항상 정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래야 하고, 저것은 저래야 하고, 이게 맞게, 저게 틀리고...

조지의 엄마에겐 그 정답들이 너무나 당연해서,

그 외의 것들은 다 잘못되고, 틀린 것이고, 그래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지 엄마의 눈으로 본 조지는 항상 '뭔가 잘못된 존재'이다. ㅠ.ㅠ

결함이 있는 존재, 부족한 존재, 고쳐야 할 존재, 남에게 보이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존재...


엄마가 그런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는 자신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다.

한동안은 엄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엄마는 어떻게든 나에게서 부족하고 모자란 점을 찾아내 또 지적한다.

마치 남의 흠만 찾아내는 아주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뭔가 엄마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만다.


이쯤 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엄마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게 맞나?

엄마가 정말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잘 되게 하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지적하고 고쳐주려 하는 건가?

나는 엄마 마음에 완벽하게 들기 전에는, 자식으로서 사랑받을 수 없는 건가?

엄마 마음에 쏙 드는 자식이 된다는 게 과연 가능하긴 할까?


엄마는 정말 내가 성장하고, 자라서, 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게 맞나?

아니면 나를 계속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로, 엄마 밑에, 엄마보다 못한 존재로 놔두고 싶어하는 건가?

나에게 계속 잔소리하고, 나를 계속 컨트롤하고,

나를 한심하게 여기면서 본인이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쟨 아직 멀었어, 저래서야 어느 세월에 사람이 되겠어?

아무리 밖에 나가서 잘난 척 해봤자, 쟨 아직 애일 뿐이야.'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답답해서.


그래서 조지는 소리친다.

야옹!!!!!!!!

꽥꽥!!!!!!!!!!!!!!

꿀꿀!!!!!!!!!!!!!!!!!

음매!!!!!!!!!!!!!!!!!!!!!!!!!!!!!!



엄마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가 원하는 답을 줘봤자,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엄마는 또 다른 것을 원할 것이다.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다.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더 잘해주길 바란다.


그러니 이젠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영원히 엄마가 원하는 정답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나는 엄마가 원하는 정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고, 정답 주기를 거부할 것인가?


나의 선택은,

나의 답은 엄마가 바라는 답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온 조지에게 엄마가 말한다.

"조지야, 짖어 봐."

그러자 조지가 짖었다.


"안녕."



엄마, 안녕.


조지, 만세!



T0. 엄마.


엄마,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엄마가 원하는 정답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될 수 없어요.

난 엄마와 다른 정답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엄마를 사랑해요.


어렸을 땐,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그래서 둘 중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엄마를 사랑한다면, 무조건 엄마 말을 다 들어야 한다고.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이젠 알아요.

난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엄마와 다른 답을 가질 수 있어요.

그걸 엄마도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요, 엄마.


난 비록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엄마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예요.

그걸 받아들이는 게 때론 서운하고 아프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마 딸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예전엔 엄마가 나를 온전하게 봐주지 않는 게 너무 싫었어요.

엄마가 바라는 모습이 될 수 없는 나 자신도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엄마를 원망만 했어요.


하지만 조지가 나에게 용기를 줬어요.

엄마, 우리 함께 기쁘게 독립해요.

엄마는 나에게서, 나는 엄마에게서.

심리적으로 서로 독립이 되어야만 우리는 더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어요.


사랑해요, 엄마.

엄마의 정답이 되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나는 나예요.


그래서 이 그림책은 나에겐 '독립선언'이예요.

언젠가 엄마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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