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큰 여객기를 운항하는 기장이다. 그런데 곧 비행기가 충돌할 것을 알게 되었다. 승무원과 승객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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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싫어... 이런 것 좀 쓰게 시키지 마... ㅠ.ㅠ
매일 글쓰기 좋은 질문이라고 받아서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더 이 글감을 고안한 이름 모를 작가의 의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왜 이것이 글쓰기 좋은 질문이라고, 글쓰기 좋은 글감이라고 생각했을까?
글쓰기라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평소에는 잘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게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이 사람은 글을 쓰려면 그런 극단적인 설정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걸까?
소설의 기본 세팅을 그렇게 극단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살다보면 누구나 예기치 않게 이런 상황과 맞닥뜨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승객일 확률이 그나마 높지, 내가 기장일 확률은...
내가 김연아일 확률처럼 매우 드물지 않을까 싶은 거지.
모르겠다.
그냥 이 주제에 대해 쓰기 싫어서,
이 주제가 어렵게 느껴져서 괜시리 질문 만든 사람을 타박하고 있는 중인지도. @.@
어차피 내가 이걸 하기로 선택한 거니까,
시키는 대로 그냥 해보자면...
나라면,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 기장이라면,
충돌은 기정 사실이고, 더이상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이 죄송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승객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려주고,
임박한 죽음에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시킬 것 같다.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고,
공중에서 핸드폰이 안 터질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예약 문자라도 남겨놓는 게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겠고,
혹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옆에 있는 그들을 꼭 안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도 있겠지.
무엇보다도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부인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아무리 짧은 시간 동안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고,
영원한 죽음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살아있음을 충분히 인식하는 시간을 주고 싶다.
그 상황에서 괜히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등등,
나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말을 많이 하느라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팩트만 정확하게 알려주고,
그들만의 시간을 갖게 하겠다.
내 실수에 대한 죗값은 나 혼자서 두고두고 치러야 할테니...
단, 그동안 함께 해준 승무원들에겐 고맙다는 말을 따로 할 것 같다.
암, 그건 꼭 해야지.
그리고 그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동안,
나는 남은 상황 내에서 가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더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내 책임을 다 하려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더 나은 죽음을 위해 발버둥칠 것이다.
내가 죽는 것보다, 최악의 피해를 막는 일, 그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마 내 평생 가장 또렷한 집중력을 발휘한 채로 죽게 되겠지.
너무너무너무너무 아쉬워하면서, 미안해하면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