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인이 차 트렁크에 큰 짐을 실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녀의 아들은 차에서 나와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장면을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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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소설처럼 써볼 수도 있긴 하겠으나,
나는 그 여인과 아들이 평소에 어떤 관계이면,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는지에 대해,
최대한 다양하게 상상해보는 연습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남들이 보면,
"아니, 저 아들은 엄마 혼자 저렇게 힘들게 짐을 싣는데, 어떻게 안 도와줄 수가 있어?"하고 욕하기 쉽지만,
그들만의 사정은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 아들이 장애가 있어서 엄마를 도와줄 수 없는 경우 - 육체적인 장애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장애일 수도 있겠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경우도 있겠고, 아예 도와줄 생각조차를 못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2.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아들은 원하지 않는 상황일 경우 - 아들은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엄마가 어떤 상황으로 인해 강제로 아들을 다른 곳(친척 집, 기숙사, 병원, 외국...)으로 보내려는 경우, 아들은 엄마가 짐 싣는 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을 수 있을 것 같다.
3. 아들이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을 때 - 이 경우엔 게임 중독 같은 게 제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 게임을 하는 중이고, 매우 중요한 레벨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경우엔, 엄마가 짐을 싣던, 혹은 그보다 더한 일을 하건 간에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은 게임에 미쳐있기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오는 거지.
4.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대단히 악화되어 있는 경우 - 어떤 사건으로 인해 엄마와 아들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 경우, 아들은 얼마든지 엄마에게 일부러 고통을 주려 할 수 있다. 지금 엄마가 짐 때문에 버겁고 힘든 게 뻔히 보인다면, 얼마든지 더 적극적으로 안 도와주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안 도와줘야지만 자신이 화가 나 있다는 걸 더 확실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5. 엄마가 아들보다 훨씬 더 힘이 센 경우 - 모든 아들이 모든 엄마보다 더 힘이 세고 강한 건 아니다. 어떤 여성들은 평생 육체 노동에 단련이 되어서, 집에서 공부만 한 아들보다 훨씬 더 힘이 셀 수도 있다. 엄마가 저 정도는 얼마든지 스스로 들 수 있는 것을 아들이 잘 알고 있는 경우, 또 괜히 자기가 도와주려고 나서봤자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인식해온 경우,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6. 엄마가 지금 트렁크를 차에 실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아들이 모르고 있는 경우 - 마침 그 순간에 아들이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와서 통화에 열중하고 있을 수도 있고, 마침 그 순간에 의자 밑으로 핸드폰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걸 주우려고 고개를 숙이느라 못 봤을 수도 있지 않을까?
7. 엄마를 도우려고 나가려다가 순간적으로 다리에 쥐가 난 경우 - 나 같은 경우에 몸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려 할 때나, 가만히 오래 앉아 있다가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려 할 때, 다리에 쥐가 나는 경우가 꽤 빈번하다. 그래서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차 안에서 시간을 지체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8. 이 큰 짐의 존재를 아들이 모르고 있는 경우 - 아들은 이미 짐을 차에 싣는 것을 다 도와줬다고 생각하고, 다시 차에 탄 상태인데, 만약 이 큰 짐을 엄마가 아들 몰래 가지고 가려는 것이라면, 현 상황이 말이 될 수도 있다. 엄마는 최대한 조용하게 아들 몰래 짐을 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거고, 아들은 안 나오는 게 오히려 엄마한테는 좋은 상황일 수도 있는 거지.
9. 아들이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었으나 엄마가 이미 거절한 경우 - 엄마가 자기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당황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지 않을까?
최대한 10개 정도는 상상해보려 했건만,
일단은 여기까지가 한계인 듯.
보이는 게 절대 다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만의 사정을 절대 알 수 없다.
그러고보면 지나치면서 한 번 쓱 보고 나선, "저 사람들 ~ 하는 거네."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들의 사정에 대해 1도 모르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지... 난 늘 그게 더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