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넓은 들판에서 막 깨어났다. 그런데 우주비행사 복장으로 서핑보드에 누워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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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인데 서핑보드가 있고, 나는 우주비행사 복장이라고?
그렇다면 바다였던 곳이 들판이 되었다는 얘기 아닐까?
지구에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생긴 현상인 거지.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랫동안 썩질 않으니, 서핑보드 정도는 얼마든지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겠지!)
그래서 인간들은 더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되서 다들 우주로 나간 거야!
그럼 난 왜 여기 떨어져 있는가?
보통은 우주비행사 복장으로 이런 데 있지 않을 테니까,
불시착 내지는, 우주선 사고로 인해 여기 떨어진 거던가 뭐 그렇겠지?
지구 공기가 여전히 흡입 가능한 건진 알 수 없을 테니,
일단은 그냥 헬멧을 쓰고 있는 게 안전할 테고.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면,
나는 인류가 우주로 이주한 후에 태어난 아이일 수도 있겠지.
지구에 체험 학습을 나온 거야!
혹은 성인식의 일환으로, 폐허가 된 옛 지구에서 생존 연습을 시키기 위해 일부러 떨군 거지.
어떤 경우이든 나라면,
깨어난 뒤엔 풀밭 위에서 서핑보드를 탈 것 같은데?
바람만 좀 제대로 불어주면,
미끈미끈하고 무성한 풀밭을 가르며, 얼마든지 서핑을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음!
아니면 서핑보드를 이용해서,
풀밭에다가 SOS라고 큰 글자를 만들던가.
들짐승들의 위협이 있을 경우엔,
나무에 서핑보드를 들고 올라가 가로로 잘 걸쳐놓고, 그 위에서 잠을 청해야 할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이 서핑보드는 나의 '윌슨'(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나오는 배구공)이 되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갑자기 이 서핑보드의 색깔이나 문양이 아주 궁금해지네.
아주 화려하고 알록달록했으면 좋겠다.
우주 비행사 복장은 거의 다 흰색일 거라서 별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러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물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그 위에 서핑보드를 띄워놓고, 물에 둥둥 떠서 내가 떨어진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혹시 알아?
날 찾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나를 발견하게 될런지?
꽤 유용할 것 같은데?
서핑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