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행'이라는 요리의 레시피를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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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불행'의 메인 재료 세 가지는,
비교와 자기 혐오, 그리고 불신이다.
일단, 비교는 자기 혐오를 부풀리는 이스트 같은 역할을 한다.
그냥 내 나름의 삶을 살면서 가만히 지낼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요번에 회사에 취업한 친구를 만나고 오거나,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 친척 소식을 듣거나,
SNS에서 남들이 뻑적지근하게 화려하게 사는 걸 보거나,
옆 집 누가 새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갔다더라,
이런 일들을 듣고 보게 되면, 그때부터 원래는 크게 없었던 자기 혐오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이때의 비교는, 나에게 없는 것과 남에게 있는 것을 비교하는 불공정한 비교인 경우가 많다)
나도 비슷한 나이인데, 저 사람들은 성공할 동안 나는 도대체 뭘 한 걸까,
우리 부모는 어째서 나를 이런 환경에서 키울 수밖에 없었나,
나는 왜 하필 이런 시대에 태어났을까 등등...
능력 없고, 게으르고, 부족한 나 자신이 싫어지고,
나를 충분히 서포트 해주지 못한 주변 환경이 아쉽고,
그렇게 나 자신과 주변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 시작한다.
(여기에 시기나 질투, 분노까지 추가되면, 그 쓴 맛은 몇 배로 강해진다)
이게 정말 나쁜 게, 남과의 비교를 통해 자기 혐오가 생기고 나면,
자기 자신을 믿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이 험한 세상에서 의지하고 살 것은, 막말로 내 몸뚱아리 하나 뿐인데,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면,
나 자신을 좋아할 수도, 믿을 수도 없게 되면,
도대체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나?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면, 남도 믿기가 어려워진다.
남을 못 믿으면 세상도 믿을 수 없게 되고,
세상을 믿을 수 없으면 삶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삶은 고해이고,
세상은 요지경이고,
남들은 다 나를 속여먹으려고 혈안이 되어있고,
자기 자신은 형편없어서 혐오스럽다면,
어느새 '불행'이라는 요리가 완성되어 상 위에 턱 하니 올려놓아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불행'이라는 요리는 미처 의식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그저 나와 다른 누군가와 나 자신을 한 번씩, 잠깐 동안 쳐다보았을 뿐인데도,
이것이 마치 마음 속에 떨어진 한 방울의 검은 잉크처럼,
삽시간에 내 마음 전체를 시커멓게 잠식해버리는 것이다.
비교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비교가 바로 자기 혐오로 넘어가지 않도록, 단도리를 잘 해야만 한다.
나는 나, 너는 너.
우리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트랙에서 오직 자신만의 달리기를 하는 중이라는 걸 명심하고,
남의 트랙에서 뭔 일이 일어나든,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남이 잘되는 것이 내가 못 하고 있다는 증거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비교하며, 서로 번갈아가면서 자학하지 말고,
그저 각자의 길을 잘 달려갈 수 있도록 트랙 너머로 서로 응원하는, 그런 관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이라는 음식은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비해서,
'불행'은 이토록 너무 쉽고 빠르게 만들어지니... 그게 참 힘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