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안 해서 후회하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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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바로 내 남동생과의 대화.
우린 나이차가 5살이나 나기 때문에, 학령기 때 학교가 겹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저 내가 국민학교 6학년일 때 동생이 1학년에 입학해서 손잡고 학교 데려갔던 기억 말고는.
내 기준에 남동생은 늘 너무 어렸고, 나랑은 말 상대가 될 수 없는 존재였다.
자꾸 내 서태지 CD를 가져가서 CD에 지문 묻혀오는 게 싫었을 뿐이고,
가끔 오락실 가서 시간 모르고 노느라 부모님을 속상하게 만드는 철없는 존재였을 따름이었다.
나는 늘 내 할 일이 많았고, 바빴고, 만나야 할 사람들이 산적해 있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가끔 어쩌다 집에 있을 때에도 내 방에 쳐박혀서 내 할 일에 몰두했다.
그랬기 때문에 같은 집에 살아도 남동생이랑 얼굴 보는 시간은 식사 시간이 전부였고,
그때마저도 난 그애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알아서 각자 자라는 동안,
우리는 어느 새 어른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누나-동생 관계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친하진 않은 그런 관계로.
결정적으로 우리는 성격이 너무 달랐다.
나도 F 성향보다는 T 성향이 더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초초초 대문자 T인 내 동생이 보기엔, 난 그냥 F였다.
내 동생이 듣기에 내가 하는 말은 죄다 이상한 소리들 뿐이고,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고, 그 나이 먹도록 어린애 같은 소리나 한다고 여겼다.
반대로 내가 듣기에 내 동생이 하는 얘기는 죄다 말투가 사납고,
나이도 어린 게 사사건건 나를 혼내기나 하고, 누나를 바보처럼 여기는 게 분했다.
그래서 어떤 진지한 대화도 오랫동안 하기 어려웠다.
피차 금방 싸움 내지는 짜증 모드로 전환되기 때문에.
그래서 아쉽다.
사실 나는 남동생한테 맛있는 거 사주면서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정답게 나누고 싶기도 한데,
그동안 워낙에 그런 경험이 없었다 보니, 내가 그런 뉘앙스로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동생은 "또또또 이상한 짓 한다!"며 질색팔색한다. ㅠ.ㅠ
그동안 누나로서 동생을 잘 케어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하고 싶고,
집안의 대소사에서 성인 남자로서 여러 큰 역할들을 기꺼이 맡아주어서 참 고마웠다는 말도 하고 싶은데,
언젠가 그런 날이 가능하기나 할까 싶다.
뭘 해도 누나는 '오바쟁이'라고 또 욕이나 먹을 것 같다. OTL
뭐, 그렇다고.
후회스럽다고.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