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 글쓰기 좋은 질문 542번

by 마하쌤

* 지금으로부터 5년 뒤 당신이 걱정하게 될 것들에 대해 써보라. 10년 뒤, 30년 뒤에 걱정할 것들도 각각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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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건 너무 쉬운데?!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내 걱정은 똑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내 걱정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나의 걱정은 언제나 '그 다음에 할 일'에 대한 것이다.

그 일이 무엇인지는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그 일에 대해 걱정하는 나는 아마 한치도 변함없을 게 틀림없다.


바로 다음 할 일에 대한 걱정.

그게 강의건, 병원에 가는 일이건, 책을 쓰는 일이건, 사람을 만나는 일이건 간에,

나는 늘 그것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고, 준비한다.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다.


게다가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걱정하는 건 똑같다.

즐거운 파티를 앞두고 있다 해도,

파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만 가지 경우의 수를 다 미리 상상하며 걱정할 것이고,

신나는 여행을 앞두고 있다 해도,

여행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다 따져보고, 시뮬레이션 해보고, 대비책을 세울 것이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다 해도,

불편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해도,

치과를 가야 해도,

다 똑같다.


나는 반드시 그 일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까지 써놓으니까 좀 웃기긴 하네.

이쯤 되면 걱정이 나의 본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나는 '걱정하는 영혼, 염려하는 영혼'으로 태어난 거지.


2005년에 처음으로 한남동 단국대 계단 교실에서 첫 강의를 한 이래로 지금까지,

(과외를 가르친 것까지 치면 고3때로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2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온갖 곳에서 강의를 해왔지만,

난 단 한 번도 다음 강의를 마음 편하게, 걱정하지 않고 맞이한 적이 없다.

심지어 그것이 내가 10년 넘게 똑같은 걸 강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지난 주와 이번 주의 그들의 상태가 다 다를 것이며,

같은 과목을 같은 내용으로 가르친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말이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을 수도 없기에,

또 나의 컨디션도 다르고, 그날의 날씨도 다르고, 교실 환경도 다르고,

이러니 어떻게 마음 편하게 걱정 없이 임할 수가 있겠냐 이 말이지.


삶의 기본 조건 자체가 변화무쌍이고,

나 같은 인간은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이 삶이라는 파도 위에서는,

결코 한 시도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이 얘기다.


그러니 나도 박찬욱 감독님 신작 영화 제목처럼, "어쩔 수가 없다"일 뿐인 거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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