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이별 편지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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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라면 고등학교 때 연애는 안 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내 또래의 남자들이란, 다 나보다 한참 어리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일말의 매력이라도 느꼈을 리가 만무하다.
나란 사람은,
국민학생 때는 중학생 오빠들을,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 오빠들을,
고등학생 때는 대학생 오빠들을,
대학생 때는 이미 취업한 오빠들을 좋아했었다.
한결같고 확고한 취향이었다. ㅋ
(그러나 지금은... 나보다 한참 어린, 전세계 남자 연예인들을 마음으로만 좋아한다. ㅎㅎㅎㅎㅎ)
설령 나에게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남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이별 편지를 써서 보낼 일은 없을 것이다.
이별을 하더라도, 휴가 나왔을 때 직접 만나서 얼굴 보며 얘기하는 게 예의지,
군대로 편지를 보내진 않을 것이다.
군대는 안 그래도 스트레스 많은 곳이고,
감정도 평소와는 다르게 예민하고 날이 서 있는 상태인데,
거기다가 무슨 폭탄 투하하듯이 이별 편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
너무 위험하다.
물론 그가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그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은 상대방이 제멋대로 자기 현재 상태에 따라 해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별 얘기 같은 중요한 얘기일수록,
직접 마주보고 얘기하면서,
상대방의 오해를 정정해주고, 내 진의를 잘 전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별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정리하겠다고 통보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속도는 다르더라도, 결국엔 둘 다 받아들여야 끝나는 문제이다.
방금 저 문장을 쓰면서 뜨끔했다.
과거 내 삶에서 저렇게 예의바르게 끝내지 못했던,
일방적으로 통보해 버리고 연락을 끊어버렸던 수많은 관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저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과거의 나는 그렇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워졌다.
지금에 와서라도 후회할 수 있어서, 그 사이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