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 글쓰기 좋은 질문 284번

by 마하쌤

* 당신이 친구를 잘못 대했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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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친구 중에,

굉장히 어두운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낯빛도 어둡고, 성격도 어둡고, 기운도 어둡고.

그래서 나는 내 모든 힘을 다 해서, 그 친구를 밝게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땐 그게 당연히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친구의 도리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밝은 건 좋은 것, 어두운 건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혹은 편견을 갖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집에만 주로 있는 친구를 억지로 밖으로 끌어냈다.

내가 즐기던 여흥에 함께 하자며 끌고 다니고(노래방, 만화방, DVD방, 콘서트, 공연...),

불러내서 공부도 같이 하고,

내가 아는 모든 맛집을 소개해주고,

내가 가진 예쁜 것들도 다 공유하고,

(내가) 옳은 길,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걸맞지 않는 친구의 습관이나 방식들은 다 뜯어고치려고 했다.


친구의 태도나 사고방식, 행동 양식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무조건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확신을 갖고 내 방식대로 밀어붙였다.

고백하기 부끄러운 얘기지만,

당시에는 '빛이 어둠을 몰아낸다'는 식의 잘못된 의무감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결과는?

한동안은 친구가 나를 따라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종국엔 내가 그 친구처럼 어두워져 버렸다.

친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내가 아무 소용 없었던 그 모든 밝은 행동들에 지쳐가자,

나를 조금씩 천천히 자기 방식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날 문득,

내가 그 친구를 닮아간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도망치듯 절교를 선언하고, 그 친구를 떠나버렸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무서움'이었던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그 친구와 나를 빛과 어둠처럼 말하는 게 느껴진다.

그 친구와 나의 관계는 처음부터 철저히 잘못된 관계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애를 동등한 친구로 여기지 못했고,

내가 도와주어야 할, 문제가 있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친구와의 관계는 내 마음속에 큰 짐처럼 계속 남아있어서,

수년 동안 우리의 잘못된 관계를 곱씹으며 여러 종류의 글로도 표현해보고,

어떻게 했으면 내가 더 잘 했을까 하는 것도 많이 생각해보곤 했다.


우정이 아닌 동정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건 결국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친구 사이에 있어선 안 되는 위계를 만들고 만다.

그 친구와의 관계로 인해,

'친구란 반드시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고 지금은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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