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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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옷'이다.
이 옷으로 말하자면,
2005년, 내가 뮤지컬 '겨울 나그네'로 작가 입봉할 때 스태프 잠바로 받은 것이었다.
겉은 방수포 같은 천이고,
안에는 군대에서 입는 깔깔이 같은 솜 옷(?)이 들어있어서,
이중으로 된 옷이라 무척 따뜻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이거 하나만 입으면 세상 든든해서,
겨울이 되면 항상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옷이다.
(저 때만 해도 롱패딩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지)
그렇게 20년을 한결 같이 잘 입고 다녔으나,
작년 10월 중순, 결국 버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는 인생의 대전환기에 놓여있었던 때였고,
옛 것은 전부 버려야만 하는 결단의 시기였고,
나의 사랑, 겨울나그네 잠바는 그런 '결단'의 상징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제일 먼저 버려져야만 했다.
내가 너무너무너무 아쉬워하며 겨울나그네 잠바를 붙들고 놓질 않자,
남동생이 도로 입히더니, 마지막으로 앞 뒷면 착용샷을 한 장씩 찍더니만,
다시 휙 벗겨서 들고 내려가 옷통에 집어넣어 버렸다. ㅠ.ㅠ
하긴...
내 손으론 절대 못 버렸을 테니,
버리려면 저 방식 밖엔 없었다고 본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저 잠바 속에 푹 파묻혀서 느꼈던 안락함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아마 평생 못 잊을 촉감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고,
나는 그렇게 내 사랑 겨울나그네 잠바와 이별을 하였다.
(20년 동안 입은 낡은 옷이라 누가 가져갔을 것 같진 않고, 아마 파쇄가 되었을 것 같다. 흑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