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치우는 것을 못하는 지저분한 사람과 결벽증에 가깝게 깔끔한 사람이 룸메이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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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09년에 쓴 창작 뮤지컬 제목이 '룸메이트'였고,
거기 나오는 두 주인공 은우와 채이가 딱 저런 애들이었다.
은우는 깔끔한 결벽쟁이였고,
채이는 말 그대로 자유분방한, 자기 마음대로 어지르면서 사는 존재.
그래서 둘이서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웃기는 건,
주인공 은우는 나를 모델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실제 내 방은 '도깨비굴'이라고 비유될 정도로,
물건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고, 방바닥을 디딜 틈도 없고,
귀신 나올 것 같아서 가족들이 내 방에 들어오기를 꺼릴 정도로 messy 그 자체였다.
작가라는 건 참 이상해서,
작품 속 캐릭터에게 나 자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분리해서 집어넣고,
그걸 가지고 서로 대화하게 만든다.
때로는 나 자신의 문제를 캐릭터를 통해 변호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의 장점을 다른 캐릭터를 통해 칭송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환타지적인 인물을 만들어놓고 은근히 괴롭히기도 한다.
나는 작품 속 은우이면서 동시에 채이였던 것이다.
암튼, 뮤지컬 '룸메이트'는 힘든 기억이 많은, 내 아픈 손가락이다.
내가 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더 그렇다.
아마 나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작품이어서 더 아픈 것 같기도 하다.
저 주제 때문에 아주아주 오랜만에...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
세월 가면 저절로 잊혀질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도 마음이 썩 괜찮진 않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