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을 선택하라. 그리고 다음 질문에 답하라. "이 사람이 지금까지 내려야 했던 결정 중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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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우리 가족이 내려야 했던 결정 중에 제일 힘들었던 것은,
바로 아빠를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가, 아니면 계속 집에서 간병하느냐 였다.
아빠는 파킨슨병 14년차,
이미 혼자서는 걸을 수도, 일어설 수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상황.
심지어 음식을 목으로 넘기는 것조차,
누군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꼭꼭 씹으세요, 양양, 꿀~꺽 하세요!" 하고 말을 해야만 가능한 상태였다.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아, 누굴 큰 소리로 부를 수도 없기 때문에,
밤이고 낮이고 옆에 누군가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요양 보호사님이 오시지만,
낮에, 그것도 세 시간만 있다 가시는 거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희한하게도 아빠는 요양 보호사님이 계시는 동안엔 잠자코 낮잠을 주무시다가,
요양 보호사님이 가시고 나면 그때부터 우리를 힘들게 하곤 했다.
무엇보다도 아빠가 요양원에 가느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겠다는 소리를 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아무리 힘들어도, 아빠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끝까지 집에서 간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뼈 밖에 안 남은 엄마가 체구가 건장한 아빠를 움직이려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고,
내가 잠깐 내 방에 간 사이에, 아빠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이 생기면서,
모든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육체와 정신이 한계에 다다른 건 이미 오래 전 일이었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없다는 생각에, 그저 버티고, 견뎌왔을 뿐이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죽을 힘을 다해 애를 썼어도,
이러다가는 아빠보다 엄마랑 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우리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엄마는 울면서 아빠에게, 당신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이젠 도저히 더 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아빠도 결국 고개를 끄덕여, 요양원에 가는 것에 동의해주셨다.
아빠를 요양원 침대에 혼자 눕혀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서 가족들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이게 정말 맞는 건지,
내가 좀 더 견뎌볼 수는 없었던 건지,
진짜 한계에 다다른 게 맞았던 건지,
모두들 각자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요양원에 들어가시게 됐지만,
아빠는 가자마자 이틀도 안 되서 점심드시다 문제가 생겨서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보름 만에 겨우 치료가 되서 다시 요양원으로 가셨지만,
거기서 채 사흘도 못 버티고 돌아가셨다.
폭풍같았던 한 달 간의 그 어려웠던 결정과 이후의 상황들을,
지금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곱씹어봐도,
그때는 그 선택 밖에 없었고, 그게 최선이었고,
그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가장 힘든 결정이었고,
가장 가슴 아픈 선택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