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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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런 경우는 술 취해서 정신을 잃었을 때,
다음 날 아침에 눈 뜨면서 겪는 일 아닐까?
물론 누군가 집에다 잘 바래다줬다면 집에서 깨어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 같은 경우엔, 술 마시고 정신을 잃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리,
(젊었을 때는 아무리 취해도 절대로 정신을 놓지 않았고, 나이 들고서는 아예 술을 못 먹게 되었기 때문!)
저런 경험은 없었다.
다만, 어디 여행을 가거나 하면,
아침에 눈을 뜨면서 저런 기분을 늘 느끼곤 한다.
특히 자연휴양림 같은 곳에 친구들이랑 놀러갔을 때,
아침에 물 소리, 새 소리에 잠에서 깨어,
천장이 온통 나무 기둥으로 되어있는 다락방 같은 곳에서 눈을 떴을 때,
아... 내가 여행 왔지... 하면서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또 몇 달 전에 가족들이랑 화담숲에 놀러갔을 때는,
초등학생 조카들이랑 엉켜서 잠을 잤었는데,
눈을 뜨니 초3 둘째 조카가 내 눈 바로 앞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숨소리도 쌔근쌔근, 숨 쉴 때마다 몸이 살짝살짝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꼼짝 않고 한참 동안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벌써 20년도 훨씬 전이지만,
캐나다 토론토에 어학연수 가서,
처음으로 홈스테이집 지하방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방도 낯설었지만,
침대 느낌도, 이불 느낌도 낯설었고,
무엇보다도 1층에서 들리던 생활 소음 소리가 영어여서,
(물론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우리말이 아닌 것은 확실했기에)
너무너무너무 이상한 느낌으로 가만히 누워있던 것도 생각난다.
가장 최근에는 새 집으로 이사 와서,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지난 십 년 동안 봐오던 건너편 아파트 뷰가 아니라,
창문 너머로 산이 보였을 때,
나도 모르게 잠도 안 깬 채로 "우와..." 했던 것도. ㅎㅎㅎ
몸이 조금만 더 나아지면,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눈을 뜨는 그런 여행도 가보고 싶다.
생각해보니 파도 소리에 눈 떠본 지 너무 오래됐네!
가끔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깨어나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