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사형선고를 받고 맞이하는 첫 날이다. 이 조그만 감옥에서 사형이 집행될 날을 기다리며 10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워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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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오히려 좋은데?!"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는 운명인 인간은,
누구나 이미 사형선고를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그 조건에서는 사형수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다만 사형수는 공간의 한계가 명확하게 지정이 되어 있는 데다가,
이 경우에는 시간의 한계(10년)까지 정해져 있으니,
이 부분이 오히려 일반 인간들보다 훨씬 더 좋다고 느껴졌다.
삶이 힘든 이유는,
죽는 건 확실한데, 이게 도대체 오늘이 될 지, 10년 후가 될지, 30년 후가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오래 살 거라고 생각해서 아끼고 아껴놨는데 갑자기 죽게 되면 얼마나 황망할 것이며,
또 곧 죽겠지 싶어서 아무것도 안 남겨놨다가 지독하게 오래 살게 되면 그건 또 얼마나 괴롭겠는가!
게다가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아서,
뭘 어떻게 하면서 내 삶을 꾸려나가야 할지,
생각할수록 막막하고, 아득하고, 아찔하기만 한데,
이 사형수는 모든 게 명확하잖아?
그러니 얼마나 편해!
나라면,
일단 내가 갇힌 감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모조리 조사할 것이다.
10년 동안 누릴 수 있는 것, 해볼 수 있는 것은 죄다 해보고 죽을 것이다.
재미를 위해 하는 것도 찾아야 하고,
의미를 위해 할 것들도 찾아낼 것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시간이 충분하니,
오랫동안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을 꼭 시도해 볼 것이다.
동서고금의 고전 벽돌책 읽기도 좋겠고,
몸 단련도 좋겠고,
감옥에 갇힌 모든 사람들과 한 번씩 얘기해보기,
혹은 시간 되는 대로 그들의 사연 다 들어주기,
그들의 얘기를 기록으로 남기기,
또는 그들이 원하면 편지나 이메일 대신 써주기,
간수들도 잘 관찰해서 그걸로 상상의 나래를 펴 소설도 써보고,
작은 감옥이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이야기는 절대 모자라지 않을 터!
뻔하다.
나는 거기서도 늘 바쁠 것이고,
심지어 사형당하기 전에 과로사로 먼저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난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희한한 일을 만들어서 실행에 옮길 것이고,
어떻게든 많이 웃을 것이고,
어떻게든 재미와 의미를 창출해내고야 말 것이다.
내가 있기에,
그 감옥은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