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인이 채용된 지 일주일 만에 해고당하는 장면을 글로 써보라. 참고로 지금 이 여자를 해고하려는 사람은 일주일 전만 해도 그녀의 채용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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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맘에 들어서 뽑았는데,
일주일 만에 내보내려고 한다고?
도대체 그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니, 그보다 먼저!
누군가가 아주 맘에 들어서 채용했다면,
그 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가 있어서였을텐데,
도대체 무슨 기대를 가졌길래, 그 기대가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이 났을까?
직원 채용하는 사람이 직원에게 가질 수 있는 기대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단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능력에 대한 기대치이지 않을까?
서류상으로 스펙이 너무 완벽해서 월등한 스킬을 기대했다거나,
아니면 면접볼 때 대답을 기가 막히게 잘 해서 기대치를 한껏 높여놨을 수도 있고,
경력직이어서 일에 있어서는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나,
혹은 성격이 진짜 좋아서, 얘를 뽑으면 직원들 간의 관계 문제는 절대 없겠구나 싶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좀 비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면접관 취향에 딱 맞게, 너무 이쁘거나 너무 잘 생겨서 뽑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겉으로는 이러저러해서 뽑았다 우길 수도 있겠지만, 속으로는 자기 이상형이어서 뽑은 경우 말이다.
혹은 자신의 전 여친, 혹은 전 남친과 너무 닮아서, 혹은 목소리가 비슷해서, 하는 행동이 비슷해서,
자기도 모르게 합격 도장을 찍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경우에는 그 안에 '흑심'이라는 것이 상당히 포함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라면,
완전 초현실적인 상상을 해볼 때...
지원자가 뿌리고 들어온 향수에 취해서는 어떨까?
순간적으로 그 향이 자신을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데려갔다거나, 추억을 소환했다거나,
오래 전 자신과 입사 동기였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이미 하늘나라에 간, 어떤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거나.
거의 불가항력적인 미스테리한 끌림에 의해서 꼭 저 사람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한 거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할 때는,
그 사람만의, 혼자만의, 말도 안 되는 기대가 몰래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혼자 몰래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니까 철회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자기가 이런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그게 깨졌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으니,
온갖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가져다가 어떻게든 내보내려고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이 놈의 '기대'가 항상 사단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헛된 기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망상에 가까운, 자기만의 헛된 기대', 이게 진짜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무조건 남탓부터 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기대가 정당한 것이었는지부터 스스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정당하지 않은 것이었다면,
자신의 기대부터 조정해야지,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을 타박부터 해서는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