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트로페에서의 주말 (역주 : 생트로페 St.Tropez는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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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나라의 언어를 못 하면 가고 싶어지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불어를 모르는데 프랑스를 갈 일은 아마 없지 싶다.
물론 요새는 통번역 앱이 워낙에 잘 되어 있어서,
말 안 하고도 핸드폰을 보여주면 다 된다고는 하지만,
난 그래도 직접적인 소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생트로페를 가야 한다면, 아마 그 전에 미리 듀오링고로 불어 공부부터 할 것 같다.
어쨌든 했다 치고,
내가 정말로 주말에 생트로페에 있다면?
내가 거기에 있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마 산책과 음식 뿐일 거다.
시간 나는 대로 프랑스 특유의 풍경을 즐기면서 계속 걸을 것 같고,
기회 되는 대로 최대한 다양한 프랑스 음식을 먹어볼 것 같다.
그거 두 가지 외에 더 필요한 게 있을까?
만약 근처에 바다가 있더라도, 나는 옷 벗고 들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므로,
그저 파도 치는 걸 멀리서 구경할 것이고,
운전을 못 하니, 차를 렌트해서 드라이브 나갈 일도 없을 것이고,
술을 못 마시니, 근처 펍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일도 없을 것이고,
가무에 능하지 않으니, 젊은 사람들 가는 그런 데에 갈 일도 없을 것이다.
그저 동네 산책,
그리고 끼니 때마다 맛있는 음식 음미하기,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가져간 책 읽다가 졸리면 꼬박꼬박 졸기,
뭐 이 정도이지 않을까?
아, 평소엔 술을 전혀 안 하지만,
이왕 프랑스에 간 김에 식사 때 와인을 쬐끔만, 한두 모금씩만 느껴보는 것 정도는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평소엔 빵도 그리 많이 먹는 편이 아니지만,
프랑스니까, 바게트 같은 거, 아침에 뜨끈뜨끈하게 바로 나온 빵 몇 조각 정도는 평소보다 더 맛볼지도.
사실 해외 여행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딱히 뭘 많이 하고, 즐기는 타입이 아니다보니,
집에서,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내가 좋아하는 건 할 수 있고,
굳이 해외까지 나가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멀리 나가봐야 체력적으로 엄청 피곤하고,
시간 많이 걸리고, 돈 많이 깨지고...
굳이 산책과 식사만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프랑스여야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