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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 글쓰기 좋은 질문 385번

by 마하쌤

* 당신의 수학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모두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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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1. >


중학교 때까지 나는 수학을 매우 잘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수학 선생님이 교무실 사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면,

나한테 대신 수업을 맡기곤 하셨다.

물론 딱히 수업이랄 건 없고, 그냥 문제 풀이를 선생님 대신 칠판에 적으라는 뜻이긴 했지만.

어쩌면 그때부터였을까?

교단을 내 자리로 무의식적으로 의식하게 된 것이?


< 기억 2. >


고 1때 맨 처음 짝사랑했던 선생님이 바로 수학 선생님이셨다.

갓 부임한 젊은 총각 선생님이었는데, 전산실 담당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선생님께 편지나 선물을 드리러 갈 때면, 늘 교무실이 아닌 전산실로 가야 해서,

다른 선생님들 눈치 안 보고 단 둘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분은 지독하게 본업에만 충실한 분이셔서(ㅠ.ㅠ),

내가 아무리 낙엽에 시를 써서 코팅을 해가도, 대답은 항상 동일했다.

"그래, 민영아, 고맙다. 공부 열심히 해."


환장한다, 정말...

선생님은 진짜 단 한 번도 학생들의 애정 공세에 눈꼽만치도 반응해준 적이 없으셨다. OTL


그 당시에는 멋없고, 답답한 선생님이 너무 야속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학생들의 애정공세에 은근한 밀당을 주고 받았던 다른 남자 선생님들보다는,

이 분이 찐 스승이셨구나 하는 생각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감사함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 기억 3. >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모든 성적이 수직 낙하를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떨어진 게 수학 점수였다.

나는 기본 정석을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처음 접했고,

와~ 고등학교에선 이런 걸로 공부하는구나 하면서 신기해 했었는데,

당시 우리반 애들 대부분은 기본 정석은 물론이요, 실력 정석까지 두 번 떼고 들어온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선행 학습량에서 엄청나게 밀린 나는,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고,

할 수 없이 엄마가 자율 학습이 끝난 후, 새벽 시간에 수학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셨다.


그 과외 선생님은 얼굴이 새하얗고, 기운이 없는 스타일이었는데 비해,

유독 입술만 굉장히 두툼하고 붉었는데,

당시 외모에 예민한 여고생이었던 나는, 그 입술이 견딜 수 없이 부담스러웠던지라,

그 사람의 가르치는 실력과는 무관하게, 그 사람을 엄청나게 싫어했고,

더불어 수학도 더 싫어져서, 아예 영원히 수학을 포기해버리게 되었다. ㅠ.ㅠ


그 덕에 지금은 간단한 더하기 빼기도 계산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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