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자살 방지 전화 상담자로 오늘 첫 근무를 한다. 첫 전화를 받는 동안 기분이 어떤지 그 느낌을 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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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전화를 하든 어떻게든 그 사람에게 생의 의지를 북돋아주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든 설득을 해서, 마음을 돌려서, 살고 싶게끔,
삶의 아름다움과 미래의 가능성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많은 좋은 것들에 대해 상기시켜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첫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제일 먼저 상대방의 침착한 목소리에 당황했다.
그는 전혀 혼란스러워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고,
오랜 시간의 숙고 끝에 최종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그래서 굉장히 담담하고 차분했다.
그는 조근조근 자신의 자살 계획을 밝혔고,
지금 전화를 한 것은, 뭐 죽음에 이르는 과정 중에 하나로서,
한 번쯤은 나의 죽음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얘기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길,
어지간한 뻔한 얘기들은 이미 다 들어서 잘 알고 있으니,
혹시 좀 신박한, 자기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런 살아야 할 이유 같은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내가 그의 죽음에 이르는 논리에 전혀 반박할 수 없었다는 것.
논리적으로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을 뿐 아니라,
그 얘기를 듣다 보니 무의식 중에 나에게도 동의되는 부분이 더 많았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내가 아직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가,
상대방 만큼 죽음에 대해 깊이 숙고해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양손으로 뺨을 세게 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안 돼! 절대로 말려들어선 안 돼! 버텨야 해!!!'
하지만 내가 그런 각오를 채 다지기도 전에,
그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혹시 상담사님은 아직 저만큼 힘들어보신 게 아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직도 살 만 하셔서?"
그럴 지도.
어쩌면 정말 그럴 지도.
그 순간 나는 모든 자신감을 잃었고,
한 손을 번쩍 들어, 다른 상담사분께 SOS를 청했다.
부끄러움 같은 건 없었다.
나도 도움이 필요했다.
제발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길.
도대체 나는 왜 살아있는 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