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든 노숙자가 밤 늦은 시각에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자 동네에 우연히 도착하게 되었다. 그 노숙자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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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혀...
꼭 노숙자여야 할 필요도 없음.
나도 우연히 부자 동네를 기웃거려본 적이 많이 있으니까.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 국회의원인지, 대기업 사장인지가 사는 커다란 집이 있었다.
하도 오래 전이라 그 사람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학교 가는 길에 가끔씩 그 사람이 출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일단 그 집을 둘러싼 담장이 엄청나게 넓고 컸고,
커다란 검은색 철제 대문이 양옆으로 병풍처럼 열리면,
엄청나게 넓은 연두빛 잔디밭이 쫘악~ 펼쳐져 있었고,
집 건물은 저~ 안쪽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문 앞엔 검은색의 크고 길쭉한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고,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쭉 줄지어 도열해 있고,
머리숱이 별로 없던 그 사람이 가운데로 걸어나와, 운전수가 열어주는 문으로 차에 타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린 마음에 옆에 서서 육성으로 '우와~' 했었던 것 같다.
부잣집을 보면 늘 느끼는 거지만,
담벽이 정말 높고 육중하다.
마치 너희 따위는 감히 넘볼 생각도 하지 말라는 듯이,
자신들이 사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생각이 없는 듯이.
하지만 그럴수록 나 같은 서민들은 더 궁금해하고, 들여다보고 싶어하는지라,
몰래 문틈 사이로 훔쳐봤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보였던 것이 그놈의 잔디밭!
오죽하면 한때는 집에 잔디밭을 가지는 것이 권력의 상징이구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다.
부자의 상징하면 떠오르는 것이,
높은 담벽, 잔디밭, 돌계단, 멋있게 생긴 소나무들, 잔디밭 사이의 징검다리 납작돌들, 이런 것들이다.
그러고보니까 내가 집 안은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정말 겉에서만 본 게 맞네. ㅋㅋㅋㅋ
아! 그리고 커다란 개!
그럼, 나중에 나도 부자가 되면 잔디밭을 가지고 싶냐, 고 묻는다면...
No.
'잔디밭 = 꾸준히 관리해야 할 대상'이잖아.
나이 들면 힘도 별로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아, 부자가 되면 잔디도 남이 대신 관리해줄 거라고?
남까지 쓰면서까지 굳이?
이런 것만 봐도 나는 부자 마인드가 전혀 아니다.
난 그냥 내 깜냥에 맞게 살련다.
잔디밭이 보고 싶으면, 그런 풀밭 좋은 데로 가끔 놀러가면 되지, 뭐.
반드시 내 앞마당에 24시간 펼쳐놓고 있어야 맛은 아니니까. ^^
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무슨 잔디밭에 한 맺힌 사람처럼 써놨네? ㅋㅋㅋㅋㅋ
웃긴다,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