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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 글쓰기 좋은 질문 86번

by 마하쌤

*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나오던 여자가 우연히 이전 애인과 마주친다. 그들은 어떤 말을 주고받을까? 혹시 할 수 없는 말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의 몸짓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을까? 이 장면을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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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경험은 수도 없이 많지만) 쌍방 연애 경험의 부재로 인해,

현재까지 모태솔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Ex-이성 관계가 전무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복잡다단한 인간 관계를 한층 덜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Ex-친구들은 많다. --a)


전 남친, 현 남친, 전 남편, 현 남편... 이런 관계들이 얽혀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복잡할지 상상도 안 되서,

관찰 예능 '환승연애'를 즐겨보고 있다.

이미 헤어진 전 여친, 전 남친들을 한 집에서 다같이 살게 한 다음에,

새 여친, 새 남친들을 사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게 하는 비현실적인 세팅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전-현 관계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진짜 제대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전 여친과 전 남친은, 이미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특별한 추억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기에,

모르는 사람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친밀감을 갖고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래서 여전히 은근한 소유욕이 존재한다.

이미 남남이라고 말로는 얘기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여전히 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드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짜증나고, 그래서 애틋하고, 그래서 더 눈에 잘 보이고, 그래서 미웠다가, 그래서 버릴 수 없는...

마음의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연애 기간이 엄청 길었거나,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깊은 사이였거나,

어떤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이겨낸 관계는 더욱 독특한 향내를 풍긴다.

그 사람을 빼고선 내 인생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때,

마음이 절대로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는 것이다.


못 다한 사랑에 대한 미련,

가난해서 잘 못 해준 것들에 대한 후회,

헤어질 때 주고받았던 가시 돋힌 말들에 대한 죄책감,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길 응원하고픈 마음,

미숙했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 등등...

인간 마음이란 이토록 복잡한 것이구나...를 여실히 볼 수 있다.



결국 어떻게 헤어졌는지, 관계의 마무리가 어땠느냐에 따라,

위의 상황처럼 남편과 같이 있는 상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지가 정해질 것이다.


옛날에 한때 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어머!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정말 궁금해서 물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눈빛은 분명히 마주쳤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곧바로 눈을 피하고 아무도 못 본 것처럼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남편 모르게 살짝 눈인사 + 목인사 정도는 둘 만의 비밀처럼 주고 받을 수 있을지도.


암튼 끝마무리가 중요하다.

다시 우연히 마주치게 됐을 때, 아는 척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관계의 마무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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