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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 글쓰기 좋은 질문 61번

by 마하쌤

* 한 여인이 자신의 손자가 옆집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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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보자마자 소름이 쫘악 끼쳤다.

이거 진짜 너무너무 위험한 설정이다.



나는 세상에서 사람의 '생각'이 제일 무서운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사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무조건 믿어버리거나, 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거짓말 안 보태고 진짜로 그렇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어떤 계기로 인해,

이 할머니는 옆집 아이가 자신의 손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되었을 것이다.

자기 자식과 너무 닮은 외모라던가,

자기 자식이 늘 하던 특이한 행동 습관이라던가,

자기 자식이 어릴 때 했던 말을 똑같이 한다거나,

눈빛이나 태도에서 뭔가 혈육간에서만 느낄 수 있을 법한 친연성을 감지했을 수도 있다.


바로 그때, 냉정하게 현실을 따져봐야 한다. (팩트 체크!)

엄연히 부모가 있는 집 아이이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집안에서 귀하게 자라왔고,

출생과 관련된 의심되는 사항이 전혀 없는, 보통의 아이인 게 확실하다면,

설령 그 어떤 친연성이 있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놓아버리고,

그냥 '내가 손자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구나',

'저 아이를 보니 내 손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구나',

이런 식으로 자기 욕구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근데 그게 아니라,

명백한 현실과는 상관 없이 머릿속으로 자기만의 가설과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저 아이가 내 손자라는 생각에 집착하면,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멀쩡한 옆집까지도 파국으로 몰아넣는 그런 비극이 말이다.

어휴,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하다.

아무리 명명백백한 증거를 눈에 들이밀어도 다 믿지 않을 텐데,

이 일을 워째!


모든 반대 증거에도 불구하고 내가 옳다는 맹목적이고 굳건한 신념,

그보다 무서운 게 또 있을까 싶다.



근데, 혹시 이런 거 나도 있는 거 아냐? @.@

그럼 진짜 소름인 건데...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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