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주를 마시고 그 맛에 대해서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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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말해두어야 할 것은,
지금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평생 한 번도 마시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땐 (38살에 번아웃 되서 몸이 축나기 전까진) 사람들과 어울려 밤새도록 술을 마신 적도 많았고,
맥주로 개인 최고 기록은... 꽤 길쭉한 맥주잔(뚱뚱한 맥주잔 말고)으로 13잔인가, 14잔까지 먹어봤었다.
그렇게 마실 때는 내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나를 마시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고,
목구멍이 이따만하게 커지는 기분도 들었다. 하도 꿀꺽꿀꺽 한꺼번에 많이씩 잘 넘어가서.
그러다가 번아웃이 되면서, 갑자기 술과 커피가 둘 다 몸에 안 받기 시작했다.
커피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위산이 두 시간 동안 콸콸 쏟아져나와서 너무 괴로웠고,
맥주를 마시고 난 다음 날은 하루종일 화장실에서 보낼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러니까 나는 더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술을 끊게 된 케이스인 셈이다. ㅠ.ㅠ
맥주를 못 먹게 되기 전까지 내가 제일 좋아했던 맥주는 주로 '흑맥주'들이었다.
일반 노란 맥주는 뭐랄까, 첫 모금은 그냥 시원한 맛으로 먹지만,
그 이후부터는 약간 생선 씻은 비린 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솔직히 아주 맛있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맥주 먹는 흥겨운 분위기, 또는 사람들과 알싸하게 취하는 그 기분에 그냥 마신 거지,
'아오~ 넘넘 맛있어~!' 이러면서 먹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흑맥주는 특유의 쌉쌀한 맛이 강해서, 덜 비려서 잘 먹었던 것 같다.
나의 최애 흑맥주는 페루에서 마셨던 '꾸스께냐 말따'인데,
한때 홈플러스에도 수입이 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어져서 너무 아쉽다.
만약 다시 수입된다면, 화장실에서 이틀을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꼭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맥주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