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1890년대 러시아 평민이다. 먹을 음식은 없고 혁명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독재자들은 당신이 충성을 맹세하면 먹을 것을 주겠다고 한다.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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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890년대 러시아 평민이었어도...
지금처럼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정치인들은 늘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을 테니.
다만 '혁명'이라는 건 얘기가 좀 다르다.
기존의 체제를 뒤집어 엎겠다는 뜻인데,
이게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인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말은 국민을 위한 혁명이라고 하겠지만,
혁명에 이르는 방법이 과연 국민들을 자신들의 혁명의 도구로 손쉽게 사용하려는 건 아닌지 주의해서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성을 맹세하면 먹을 것을 주겠다는 저 약속이 아주 거슬린다.
국민을 먹는 걸로 구슬러보겠다는 얘긴데,
국민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서 자기들 원하는 걸 얻겠다는 속셈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이렇게 되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딴 조건은 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대가가 명확한 무언가를 받아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한 대가의 정도와 상대방이 원한 대가의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고,
한 번의 승락이 영원한 복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뭔가를 쉽게 얻으려 하면, 끝이 안 좋더라.
그러니 나는 차라리 그들과 딜을 할 시간에, 좀 더 멀리까지 나가서 먹을 것을 찾아보겠다.
지금의 상황보다 더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자연은 위대하니까 좀 더 내가 열심히 먹을 것을 구해보겠다.
그러다 죽으면 뭐 어쩔 수 없고.
내가 받아먹은 약간의 음식 때문에 누군가에게 평생 충성하며 살아야 하는 신세에 처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더 자유롭고 좋을 것 같다.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네.
지가 뭔데 충성을 강요해?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