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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 글쓰기 좋은 질문 306번

by 마하쌤

* 완전 범죄, 그리고 완전 범죄를 그르치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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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에서 하는 완전 범죄란 주로 이런 것이다.

엄마 몰래 라면 먹기!


울 엄마는 몸에 안 좋은 걸 최대한 못 먹게 하시기 때문에,

정 먹고 싶으면 라면은 밖에 나가서 먹고, 딴 걸 먹었다고 거짓말하는 방법이 있고,

꼭 지금 당장 집에서 먹고 싶을 때는 (물론 엄마는 외출 중이실 때)

본의 아니게 완전 범죄를 꿈꿀 수 밖에 없다.


일단 라면은 집에 있더라도 나가서 새로 사와야 한다.

왜? 집에 있는 라면의 갯수를 맞춰놔야 하니까.

(몰래 먹을 땐 계란은 깨끗이 포기한다. 계란을 한 개만 사서 갯수를 맞춰놓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라면 봉지, 스프 봉지 같은 경우는 따로 검정 비닐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

기존 쓰레기 봉지에 같이 넣었다간 들키기 십상이다.


제일 처리가 힘든 것이 다 먹고 난 라면 찌꺼기인데,

수채구멍에 그냥 버렸다간 라면 꼬물이나 스프 속 야채 조각들이 붙어있을 확률이 있으므로,

일단 국물만 구멍으로 흘려보낸 다음엔, 주변에 기름기가 없도록 반드시 여러 번 물로 헹구고,

휴지로 잔여물을 깨끗이 닦아내서 마찬가지로 검은 봉지에 버려야 한다.


사용한 숟가락, 젓가락을 설거지한 후에도,

평소처럼 숟갈통에 그냥 꽂아두면 물기 때문에 걸릴 수도 있으니,

키친 타올로 잘 닦아서 사용한 적이 없는 것처럼 해두어야 한다.

(아니면 아예 나무젓가락을 사용해서 먹고 바로 버리는 것도 좋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집에서 밥을 먹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쓰지 않은 밥 그릇, 반찬 그릇들을 일부러 꺼내서 설거지해둔 것처럼 물을 묻혀놔야 한다.

그리고 반찬통도 좀 꺼내먹은 것처럼 보이게 한 쪽으로 몰아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기는 필수이다.

라면을 끓일 때, 먹을 때도 당연히 문을 열어놓고 먹어야 하지만,

다 먹고 나서도 최소 한 시간 이상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환풍기도 돌려서 냄새 제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언제 내 완전 범죄가 들통나는지 아는가?


그건 바로 저녁을 먹을 때다.

점심 때 라면 한 개를 혼자서 다 먹고 나면 확실히 배가 불러서,

저녁 먹을 때 평소 같은 식욕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가 그런 나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너 점심 때 뭐 먹었어?" 그렇게 물어보기만 하셔도,

나는 "사실은..." 하면서 불어버리는 것이다. ㅠ.ㅠ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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