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설명하라. 혹시 대화를 이끄는 게 힘들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머릿속이 텅빈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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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건 아니고,
사실 할 말이야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 말을 해봤자 상대방이 알아듣지도 못할 거고,
그래서 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공들이고 애써서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지더라.
즉, 포기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할 말이 없어졌다, 내 경우엔.
포기하는 마음이 드는 경우는 다양하다.
1) 상대방이 아직 때가 안 되어서,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을 때
2) 성격이 워낙에 완고해서 자기만 옳다는 견해를 계속 고집할 때
3)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해준지 수십 년이 됐으나 하나도 변화가 없을 때
4) 내 말을 듣는 것 같지만 실은 전혀 듣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할 때
5)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어서, 남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행여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니,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골라서,
적당한 화법으로 잘 설명하고 묘사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말에 능숙하지 못해서 이런 것 자체를 어려워하기도 하고,
나처럼 말에 능숙한 편이라 해도,
남에게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애써서, 공들여서, 정성껏 말하는 것인데,
상대방이 위에 쓴 경우 같이 나오게 되면,
'됐다, 어차피 소용 없는 거, 그냥 말을 말자'는 마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몸이 약해져서 에너지가 딸리는 시기에는,
그런 사람들에게 내어줄 마음이나 에너지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저런 기색이 조금만 보이면 바로 마음을 접고, 하고 싶었던 말들을 삼켜버린다.
한 마디로 '할말하않'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잔소리도 애정이고,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상대방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난 모르겠다, 나랑은 상관없다,
죽든 말든 너 알아서 해라, 이런 포기하는 마음은 굉장히 차갑다는 게 느껴진다.
나도 혹시 누군가에게 저런 인상을 주어서,
그 사람의 말문을 닫아버린 적은 없는지 반성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