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신랑을 향해 걸어올 때 신랑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그의 생각을 10분 동안 써보라.
---------------------------------------------------------------------------------------------------------------------------
내가 신랑이라면...
그냥 생각만으로는,
신부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의 모든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나는 불안이 기본값인 사람이니까,
긴 드레스를 끌며 오는 신부를 보며 속으로 '넘어지지 마라, 넘어지지 마라' 이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
혹은 장인 어른으로부터 신부를 넘겨받을 때의 순서를 되새기고 있을 수도 있겠다.
'먼저 인사하고, 그 다음에 손 잡고, 뒤 돌고...' 이러면서 말이다.
혹은 계획형 인간 답게, 이후 식순을 곱씹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내게는 그것이 정말 어려운 것 중에 하나이다.
물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몰입이 되는 순간이 있긴 하다.
보통 혼자서 공부할 때나, 혼자서 뭘 볼 때나, 암튼 혼자 할 때는 꽤 집중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런데 주변에 사람이 많고,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으면,
좀처럼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다.
워낙 다양한 자극들이 있기 때문에, 정신이 분산된다고나 해야 할까?
아마 내가 멀티가 안 되는 인간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늘 주어진 상황처럼 내 결혼식이고, 내가 신랑이라면,
신부 신경 써야지,
양가 부모님들 신경 써야지,
나를 위해 와준 하객들 신경 써야지,
결혼식 자체가 원활히 진행되는지 신경 써야지,
식사 때 아무 문제 없는지 신경 써야지... 등등등,
'나의 결혼'의 의미나 감흥 같은 것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간 지 오래일 확률이 높다.
아마도 신혼 여행을 가서,
신부가 변비로 오랜 시간 화장실에 들어가서 안 나올 때,
그제서야 혼자 베란다에 나가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나 가능하려나?
그러네.
난 혼자일 때만 집중할 수가 있네.
남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안 되는 거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