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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 글쓰기 좋은 질문 271번

by 마하쌤

* 당신의 최고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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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최고의 생일은 전혀 생각이 안 나고,

최고로 어리석었던 생일만 명료하게 떠오른다.


당시에 나는 PC통신 동호회 활동에 심취해 있었는데,

내 글의 조회수와 댓글 수, 사람들의 호응, 나의 인지도,

그런 것들에 환장하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하면 조회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재미난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해서,

최대한 웃기고 재밌게, 소위 글빨이라는 걸 전부 동원해서 심혈을 기울여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팩트뿐만 아니라, 글 자체를 맛깔나게 보이게 하기 위한 MSG 첨가도 거침없었다.

내용을 쪼오끔 부풀린들 누가 알까 싶었고, 모든 문장을 과장법으로 떡칠을 했었다.

(지금 보면 내 의도가 너무 빤하게 다 보여서,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 @.@)


게다가 부시삽 역할도 맡고 있다 보니,

오프라인 정모 때마다 온라인에서 아이디로만 알던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재미가 무척 컸고,

그렇게 직접적인 만남을 가질 때마다 온라인에서의 내 인지도가 더욱 올라갔기 때문에,

사람 만나서 인맥 쌓는 맛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 해 내 생일 날,

동호회 공지사항에 떡 하니 내 생일 파티 일정을 올리고,

오는 사람 모두에게 고기를 쏘겠노라 공언하는 미친 짓을 벌이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저녁 내내 4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왔었고,

그 중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때 왔었던 사람들 중에서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은 5명도 채 안 된다.ㅠ.ㅠ)


헛되고, 헛되고, 헛된 일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저금을 아낌없이 탕진했던,

내 일생을 통틀어 가장 어리석은 생일 파티였다.


하아...

내가 왜 그랬을까... OTL

너무 부끄럽다.

허세에 쩔었던 그 시절의 나...

진정한 나의 흑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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