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에 있는 찬장을 열어 보라.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물건 세 가지로 이야기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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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이야기를 굳이 만들 필요는 못 느끼고,
그냥 있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맨 왼쪽에 있는 파란색 밥그릇은,
예전에 엄마가 파란색 그릇에 밥을 먹으면 식욕이 떨어진다고,
나 다이어트 좀 시키려고 일부러 사오신 건데,
안타깝게도 난 저 그릇에 밥을 먹으면서 단 한 번도 식욕이 줄어든 적이 없다.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볼 때마다 좀 웃긴 밥그릇이다.
가운데 빨간 그릇은,
일본풍의 면 그릇으로,
여름에 주로 메밀 소바를 해먹을 때 많이 사용한다.
무 간 거랑 다진 파랑 메밀 면에 간장 육수를 섞어서 먹으면 참 맛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거의 쓰임이 없다.
왜냐하면 그릇 안쪽 색깔이 검은 색이니까 뭘 담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쓰기 불편하다.
오른쪽 그릇은,
엄마가 나이가 드시면서 설거지 하기가 점점 힘들어지셨고,
반찬 한 개를 그릇 한 개에 담아 먹으면, 설거지할 그릇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젠 주로 저런 식판을 사용하게 되었다.
원래는 세 등분 된 유리 그릇을 반찬 그릇으로 썼었는데,
그마저도 유리 그릇은 무거워서 엄마가 힘들어하셔서,
요즘은 저 플라스틱 식판을 쓰고 있다.
아마 더 나중엔 그냥 엄마랑 나랑 커다란 그릇 한 개씩에 뷔페식으로 놓고 먹어서,
그릇 두 개만 딱 씻으면 되는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나이 들면 진짜 그릇 많아봤자 하나도 쓸모가 없어지는 것 같다.
나중에 쓸 거라고 예쁜 그릇 잔뜩 모아두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쩝.
엄마의 경우는 그릇이지만, 내 경우엔 책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눈 나빠져서 글씨 잘 안 보이게 되면, 수천 권의 책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어지려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