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전금자/비룡소)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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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를 처음 길에서 발견했을 때, 훈이는 자기가 두꺼비를 구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두꺼비는 애초부터 잠자리를 노리고 있었고, 자기 발로, 자기 의지로, 잠자리를 잡기 위해 도심으로 뛰어든 것이다. 따라서 훈이가 갑자기 두꺼비를 ‘구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고서는 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 우스웠다. 다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행태였으니까. 두꺼비 입장에서는 기껏 잠자리를 낚아챌 수 있는 자리까지 갔는데, 웬 꼬마 녀석의 방해 때문에 도로 있던 자리로 돌아와 버린 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암튼, 이 책에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이쯤에서 통과!


어쨌거나 두꺼비는 자기를 구해준 훈이에게 사소한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훈이는 자기 입장에서 사소한 것을 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다. ‘짝궁과 화해하기’, ‘미술 시간을 체육 시간으로 바꾸기’, ‘나물 반찬을 햄 반찬으로 바꾸기’. 사소한 요구라는 것은, 그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 것, 쉬운 것, 간단한 것, 그래서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부탁했을 때, 상대가 들어주지 않으면 더 화가 나게 되어 있다. 왜 이 정도도 못 해주느냐, 왜 이 까짓 것, 별 것도 아닌 이 까짓 것도 안 들어주느냐, 이런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때, 혹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 할 때, 아주 핵심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사소하게’ 여기는 것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른들이 왜 시간표나 편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모른다. 정해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인간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신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어렵다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도 모른다. 그래서 억지를 부리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왜 그런 작은 것도 들어주지 않느냐고 말이다.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면, 출연자 중에서 차승원 배우는 요리를 담당하고, 유해진 배우는 낚시를 담당하도록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요리를 맡은 입장에서는 요리 재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차승원은 유해진에게 늘 “뭐 좀 잡았어?”라고 묻고, 수확물이 없을 때는 많이 아쉬워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유해진을 따라가서 같이 몇 시간 동안 낚시를 해본 차승원은 개인 인터뷰 때 이렇게 말한다. “낚시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그 긴 시간 동안 혼자서 얼마나 부담스러워했을지 이제야 알겠더라구요.” 이렇듯 직접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항상 불만이 많다. 달리 표현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평만 한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원망하고, 자기 처지를 비관하고, 남을 욕하기 쉽다. 세상에 대해, 그들에 대해,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내가 타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도 우리는 헛된 기대를 많이 내려놓을 수 있다. 혹은 우리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만 할 수 있어도, 자신의 기대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못해서, 상대방에게 이런 것을 기대하곤 한다.


나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나와 똑같이 느끼고 행동해줄 것을 요구한다. 나와 가치관이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견이 맞다고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나와 식습관이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내 입에 잘 맞는 음식을 권하면서 그도 맛있다고 말해줄 것을 바란다. 나와 감정이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을 받아달라고 강요하고, 나와 믿음이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진 종교를 강요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내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항의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이런 무리한 것을 바라면 ‘이상한 사람이다, 미친 인간이다’ 하면서 바로 욕할 거면서 말이다.


훈이에게 거절을 통해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주던 두꺼비는, 훈이가 짝꿍과 화해하기 위해 지우개가 꼭 필요하던 그 결정적인 순간에, 지우개를 만들어준다. 드디어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놀라운 것은 두꺼비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소한 소원’으로 등록이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훈이가 다급한 마음에 있는 지우개도 못 찾고, 헤매고 있어서 지우개를 잘 보이게 위쪽으로 옮겨준 정도로 도와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정말로 없는 지우개를 창조해낸 거라면! 이건 정말 마법 같은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두꺼비가 말하는 ‘사소하지 않는 일들’이란, 어쩌면 남이 도와줄 수 없는, 반드시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것들은 결코 사소한 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반드시 내가 겪어내야만 하는, 그래서 그 가치와 필요를 알아야만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내가 잘 모르는 일은 쉬워 보인다. 그래서 사소해 보인다. (낚시, 그 까잇 것, 그냥 미끼 넣은 줄을 물에 넣었다가 당기면 되는 거 아냐?)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직접 해보면 안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많은 실수들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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