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Day - Basket Case
아티스트 : Green Day
장르 : 얼터너티브 락
발매 : 1994.02.01
3집 앨범 [Dookie]의 일곱 번째 트랙 곡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밴드에 대한 소망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항상 밴드에 대한 소망과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음악 영화를 보면 시끌시끌한 무대 위에서 정신없이 공연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난 점잖게 양반 될 팔자는 아닌 것 같다)
영화 <스쿨 오브 락>, <원스>, <비긴 어게인> 등의 음악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전까지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들은 머릿속에서 전부 뿅 사라져버린다. 대신 그 빈자리에 '나도 밴드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가득 차게 된다.
중학생 시절의 난, 3학년이 된 직후 이대로 중학교를 졸업하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분이 한껏 들뜨게 되는 어느 봄 날, 문득 결심을 했다. 밴드부의 존재가 전무후무한 이 학교에 내가 직접 밴드부를 만들어 보겠다고.
공부와 나 사이, 백만 킬로미터
우수한 학생들은 바삐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시기인 중학교 막바지의 3학년. 그때 나는 음악에 취한 자유로운 영혼으로 학교를 다녔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엔 별 관심이 없었다. 화요일 목요일은 학교 밴드부, 수요일 금요일은 드럼 교실, 토요일 일요일은 드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결국 월요일을 뺀 나머지 요일을 전부 음악에 투자했다. 내 책가방 안에는 급식 먹을 수저통, 드럼 스틱, 그리고 가방 형태를 잡아줄 수학책 한 권만 들어있었고 거의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녔다.
나에게 첫 밴드의 설렘, 첫 공연의 두근거림, 첫 공연 첫 곡의 각별함이 전부 녹아진 곡이 하나 있다. 유명한 펑크 락 밴드 Green Day의 대표곡, <Basket Case>이다.
Do you have the time
내가 징징거리는 것을
To listen to me whine
들어줄 시간이 좀 있니?
About nothing And everything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 또 갑자기
all at once
중요한 게 되어버릴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I am one of those
나도 역시 멜로드라마에나 나오는
Melodramatic fools
바보 같은 놈 중의 하나였던 거야.
Neurotic to the bone
의심할 여지도 없이
No doubt about it
뼛속까지 노이로제에 걸려 버린 그런 놈이라고
Sometimes I give myself the creeps
때론 날 보고 나도 놀라. 섬뜩해진다고
Sometimes my mind Plays tricks on me
또 가끔은 내가 날 속이기도 하고 말이야
It all keeps adding up
그런 것들이 점점 더해져서
I think I'm cracking up
나라는 인간이 점점 더 엉망이 되는 것 같아
Am I just paranoid?
내가 편집증에 걸려 버린 걸까?
Am I just stoned?
아니면 그냥 약에 취해서 그런 걸까?
I went to a shrink to analyze my dreams
나는 정신상태를 분석하러 의사에게 갔었지
She says it's lack of sex
내가 우울해지는 건
That's bringing me down
성적인 욕구불만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I went to a whore
그래서 빨간 집에 갔지
He said my life's a bore
내 인생이 따분해서
So quit my whining
징징거려봤자 그녀를 실망시킬 테니
Cause it's bringing her down
그만 징징거리라고 하더군
Sometimes I give myself the creeps
가끔은 나도 날 보고 놀래. 섬뜩해지지
Sometimes my mind Plays tricks on me
또 때론 내가 날 속이기도 하고 말이야
It all keeps adding up
그런 것들이 점점 더해져서
I think I'm cracking up
내가 점점 더 엉망이 되는 것 같아
Am I just paranoid?
나 편집증에 걸려 버린 걸까?
Grasping to control
통제력을 장악해야 해
So I better hold on
그러니까 그냥 버텨보는 게 나을 거라고
Sometimes I give myself the creeps
때론 날 보고 나도 놀라. 섬뜩해지지
Sometimes my mind Plays tricks on me
또 가끔은 내가 날 속이기도 하고 말이야
It all keeps adding up
그런 것들이 점점 더해져서
I think I'm cracking up
나라는 인간이 점점 더 엉망이 되는 것 같아
Am I just paranoid?
내가 편집증에 걸려 버린 걸까?
Am I just stoned?
아니면 그냥 약에 취해서 그런 걸까?
※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시는 걸 추천해요.
저도 이 음악을 들으며 그때의 감정을 더 캐치해 적었답니다.
여중생, 학교 밴드부를 만들다
그 당시 학교에는 드럼도, 밴드실도, 밴드부 활동 이력도 전무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연료 삼아, 밴드부 개설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우선 나와 뜻을 같이 해줄 친구가 필요했다. 마침 근처에 피아노 실력이 뛰어난, 나처럼 밴드부 개설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어 같이 손을 잡았다. 그 다음으로 우리의 의견을 지지해주고 이끌어 줄 담당 선생님이 필요했다.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미술 선생님이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가장 중요한 밑 작업이 끝났으니, 이젠 밴드부원을 모집해야 할 차례다. 교내에 붙일 모집 공고 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 당시의 내가 유일하게 다룰 줄 아는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숙한 솜씨지만 열심히 홍보 포스터를 제작했다. 그리고 10장 정도를 프린트해서 교내 곳곳에 붙였다. 포스터 하단에 내 핸드폰 번호도 적혀 있었는데, 포스터를 붙인 후 이 모집 공고의 정체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친구들의 연락이 왔다. 그 연락들 하나하나마다에 난 유혹하고 설득했다. "너 음악 좋아해? 같이 밴드 하자!"
며칠 후, 대망의 밴드부원 오디션 날이 왔다. 장소는 학교 앞에 있는 청소년 문화 센터의 합주실. 오디션 심사자는 나와 밴드부 창설 파트너인 친구였다. 우린 꽤 많은 학우들이 모인 것에 감동을 느끼며 오디션을 시작했다. 오디션을 다 마치고 선정한 파트별 멤버로는 보컬 3명, 신디 1명, 기타 1명, 베이스 1명이었다. (파트너 친구는 신디, 나는 드럼이다.) 다 선정하고 보니 밴드부원들은 전부 여자였다. 우리 중학교에서 최초로 여성 락 밴드부가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뭐부터 해야 하지?
패기롭게 밴드부를 만들었지만, 만들고 보니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기타와 베이스 파트를 맡은 친구들은 악기를 거의 다룰 줄 몰랐다. 여러 번 합주를 하면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당장 합주할 노래도 없었다.
우선 밴드 곡을 몇 개 잡고, 계속 합주하면서 우리 실력을 다듬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과 주위 분들의 조언을 통해서 <Green Day - Basket Case>, <Ellegarden - Marry Me>, <체리필터 - Happy Day>로 밴드 곡을 잡았다. (이제 와서 보니 처음 합주하기엔 만만찮은 곡들만 골라 잡은 거 같다.)
우리의 목표는 11월에 있을 학교 축제 가요제에 참가하는 것. 우리의 지금 실력에 비해서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밴드부를 이끄는 나는 어쩌면 조금 매섭게 멤버들을 연습시켰다. "다음 합주 때까지 연습 많이 해와!"라는 말을 반복하며 멤버들을 독촉했다. (미안했어 친구들아ㅜ.ㅜ)
드디어, 첫 공연
연습에 연습을 매진한 나날이 흐르고 드디어 축제날이 왔다. 전날 밤에 너무 떨려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해 피곤한 상태였지만, 우린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길 기도했다.
이 날 연주할 곡은 처음부터 연습에 매진했던 <Green Day - Basket Case>, <Ellegarden - Marry Me>, <체리필터 - Happy Day>로 총 세 곡이었다. 우리의 공연 순서가 왔다. 난 떨리는 손으로 드럼 스틱을 움켜쥐고 무대 뒤편으로 올라갔다. 연습했던 대로만 잘 되길.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공연을 다 마치고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큰 실수는 없는 것 같았다. 비록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달간의 긴 연습 덕분에 그 시간이 조금은 폼날 수 있었다. (완전 생초보 밴드로 시작한 것 치고는?) 퇴장한 우리는 관객석 앞쪽 바닥으로 내려와 긴장이 풀린 상태로 늘어져 앉았다. 서로에게 '수고했어, 잘했어'라는 말을 연신 뱉으며 이젠 여유롭게 다른 공연팀을 감상했다.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어 공연을 마무리하고 '무사히 끝냈다!'라는 생각으로 편하게만 앉아있었던 우리는 가요제 시상식 또한 별 기대 없이 감상했다. 장려상, 우수상, 최우수상의 주인공이 불리고 대상 수상자를 부를 차례가 왔다. 근데...?
"대상! 신원중 밴드부!"
결과는 대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상이라니! 호명된 우리들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체 서로를 멀뚱이 보다가 소리 지르면서 무대로 뛰쳐나갔다. 우린 우리 밴드부 이름과 대상이 크게 적힌 상장과 문화상품권이 담긴 봉투를 받았다.
왼쪽 사진은 밴드부원들과 대상 수상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가요제가 마무리되고 보컬을 맡은 친구와 우릴 응원해준 친구들과 함께 찍은 것. 키 큰 친구가 들고 있는 '드럼 소녀 세윤' 피켓은 아직도 소중히 보관 중이다.
지금도 저 때를 생각하면 참 겁도 없이 무모했던 것 같다. 밴드부를 만든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걱정도 많이 했고 힘들었지만, 결국엔 무사히 첫 공연을 마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정말 재밌었다. 이 글을 빌어 당시의 밴드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고마워, 덕분에 엄청나게 재밌었다!
스쿨 밴드의 낭만이란 참 아름답고 강력하다. 음악의 힘과 학창 시절의 추억이 만나 더욱 아름답고 강력한 힘이 되어 7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내게 에너지를 안겨준다.
아, 그리고 민망함도 안겨준다. 그땐 참 멋있어 보이는 밴드 이름이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참 유치하고 웃기다. 내가 중학생 때 활동했던 밴드 명은 L.W. 였다. Liberty World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이때는 영어 약자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ㅋㅋ
음악을 쓰는 여자의 더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시다면.
http://blog.naver.com/colday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