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제 Oct 12. 2020

파제 아카이브 인터뷰 - 서민석 편

# 205

사용하는 악기만 12종인 악기 덕후 파제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기타는 서민석 기타와 판토하 기타다.


서민석 기타는 처음으로 제작 의뢰를 한 기타라 애착이 가는 점도 있지만, 

그보단 서민석 기타만의 뉘앙스가 파제 음악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파제의 메인 기타를 제작한 서민석 제작가를 만나보았다.




준성 - 

제가 악기를 17대를 갖고 있고 나일론 기타는 6대 사용 중에 있어요.

모두 다 좋은 기타인데 선생님의 악기에선 특유의 따뜻함이 나와요.

이런 이야기를 저 말고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서민석 제작가 -

네 좀 있는 편이에요.

저에게 수리가 들어온 외제 악기가 있는데 어떤 분들은 앞판을 교체하면 외제악기에서도 저만의 소리가 난다는데 그게 칭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준성 -

어떻게 보면 제작가로서 개인 성향이 뚜렷하게 나온다는 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서민석 제작가 -

그렇죠. 



준성 - 

자주 이야기를 드렸지만, 저희 형제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선생님 기타의 특유의 따뜻한 톤에 대해서에요.

선생님 기타를 참 좋아해서 각자 갖고 있는데 그 악기들의 제작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특유의 따뜻함이

항상 있거든요.


서민석 제작가 -

저는 다른 건 없고요

악기 수리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접착이나 정밀도를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따뜻함을 더 느낄 수 있다 생각해요.



준성 -

접착이나 정밀도가 따뜻함과 상관관계가 있나요?


서민석 제작가 -

왜냐하면 상현주가 조금 떠있으면 거칠거나 조금 빈 소리가 나기도 해요.

그래서 따뜻한 소리가 난다고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옆에 계시던 제작가 -

아니야. 서민석 선생님 DNA야.


준성 -

그건 정말 DNA 같네요(웃음)


옆에 계시던 제작가 -

이태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DNA 있잖아요~

그런 거 아닐까?


서민석 제작가 -

아니 그런 아니고(웃음)

내가 만든 악기 중에서도 성향이 엄청 다양하게 있는데. 

근데 지금은 예전보다 좀 더 섬세하게 만들고 싶은 거죠.

전에는 거칠고 투박했으면 조금씩 조금 더 섬세하게 만드는 거죠.


서민석 제작가에게 의뢰를 드려 제작한 기타.

준성 - 제 기타가 선생님이 첫 번째로 제작한 1호 기타를 기반으로 조금씩 변형을 했었죠.

인터넷에서 기타 관련 글을 찾다 보면 선생님 1호 기타를 탐내는 분들이 많아요.

선생님께 문의를 했는데 판매 안 하신다고 했다고 많이들 슬퍼하더라고요.

그렇담 선생님 모델로 낼 생각은 아직 없으신가요?


서민석 제작가 -

아직 정규 라인으로는 없는데 구상 중이에요.

저만의 헤드 모양을 조금 단순한 모양으로 구상을 하고 있어요.

지금 만드는 모양은 파마머리 같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지금 구상하고 있는 모양으로는 단순화시키려 해요.

그리고 새로운 지그로 만든 통 모양이 있어요.

조만간 만들 계획이에요.


토레스는 너무 작다고 하고 제 첫 작품은 바디 폭이 작은 감이 있어요.



준성 - 

그러게요. 제 악기는 첫 작품에서 바디 폭을 늘린 거라 불편함이 없는데 첫 작품과 동일한 마디로 만들면 타점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네요.


서민석 제작가 -

일반적인 통 모양에서 로마닐로스 바디는 엉덩이가 너무 처져 있어요.

그래서 제가 구상한 통 모양에 알맞은 제작 방식을 적용해 제작할 계획이에요.



준성 - 

악기 제작이 보통 공장 체제와 1인 제작가 체제가 있잖아요.

전통악기들은 보통 1인 제작 체제로 많이 운영이 됩니다.

제가 기타와 다른 나라 전통악기를 포함해 5분의 제작가 선생님을 만나 뵈었어요.

정말 재미있는 건 그분들의 성향과 생각이 악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예요.

이런 재미는 공장제 악기에서 느낄 수 없는 것 같아요.




준성 - 

소리가 굉장히 호방하게 나오고 직진성이 강한 제작방식이 있잖아요.

아까 쳐본 기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서민석 제작가 -

저도 가끔씩 만들죠.



준성 - 

그런 제작방식을 쓴다 해도 선생님만의 따뜻함이 담긴 성향은 동시에 지닐 수도 있을까요?


서민석 제작가 -

그렇죠. 제가 격자 방식으로 음량 큰 악기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준성 -

이병우 선생님의 흡수 앨범에 사용된 기타가 레티스 격자구조였죠.

지난번에 수리 들어와서 본 적이 있었어요.


서민석 제작가 -

재미있는 게 좋은 악기는 실수로 나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음량이 큰 악기를 만들어도 그거대로 좋고 나쁨이 갈릴 수 있어요.



준성 -

어느 분야에서 통용이 되는 것이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방금 이야기하신 실수를 줄이는 게 

가장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민석 제작가 -

그렇죠. 세상에 똑같은 악기는 존재할 수 없잖아요.

게다가 가격이 싼 악기도 아니고. 그래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어느 정도 레벨 이상은 찍어줘야 하니깐요.



준성 -

만약 의도치 않은 실수가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타가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거네요.


서민석 제작가 -

그렇죠.



준성 - 

끝으로 준비한 질문은 이게 마지막인데요, 

저희 형이 지금 의뢰드린 악기가 언제쯤 나올지 궁금하다고 하네요(웃음)


서민석 제작가 -

제작이 하도 밀려있어서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준성 - 

제작도 악기 수리도 너무 많으셔서 고생이시겠어요,


서민석 제작가 -

수리는 지금 들어와 있는 악기와 저의 악기를 제외하곤 이제 안 받으려고 해요.

많은 연주자들이 국내 제작가의 실력을 못 믿기 때문에 가끔 힘이 빠져요.



준성 -

전에 선생님 공방에 놀러 왔을 때였는데, 라미레즈 1A를 들고 온 어떤 아저씨가 간단한 수리를 맡겨놓곤 수리 후에 지판에 나있던 흠집을 보고 선생님에게 따진 적이 있었잖아요. 

원래 있던 흠집이었고 라미레즈 공방에서 티 안 나게 가려둔 걸 모르고 선생님께 따졌었죠.

선생님은 에보니 가루로 티 안 나게 막아주고 외국 제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흠집을 가린다고 하니 

그제야 화내서 미안하다 했던 기억이 있네요.


독일 악기의 특징은 정교함이라 하지만 본 고장인 스페인은 종종 마감의 정교함이 떨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갖고 있는 판토하 기타나 히네스 마린 선생님처럼 칠만 50년을 해오신 칠 도사들도 있긴 해요.


하지만 마드리드에서 유서 깊고 유명한 공방에 가보면 칠이 엉망이에요. 그리고 소리에 큰 문제없다고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긴 하지만 스페인제 기타에 목매는 사람들은 이런 지점을 잘 모를 테니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서민석 제작가 -

독일은 물론이고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 제작가들은 정교함이 스페인보단 더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스페인의 플라멩코 기타나 클래식 기타의 제작을 보면 수많은 제작에 대한 데이터와 노하우가 있죠.

어떤 제작가들은 플라멩코 기타라 하면 무조건 사이프레스(씨프레스/Cypress)를 사용해야만 플라멩코 기타인 줄 알아요. 실상은 넥의 각도와 브릿지 높이인데.



준성 -

그렇죠. 플라멩코 기타는 네그라(Negra;측후판에 로즈우드 등 검정 계열 나무를 사용)와 블랑카(Blanca;사이프레스를 사용)가 있어서 서로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기타인데요.


서민석 제작가 -

그렇죠. 결국엔 나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제작을 하느냐의 문제이고 스페인에서는 상식인데 이쪽에서는 아닌 거죠. 아직 국내 제작자들은 모르는 분들도 있어요.

플라멩코 기타를 연주하기에 적절한 브릿지의 높이로 담배 한 개비를 꽂잖아요.

스페인 제작가들이 겉으로 보기엔 거칠고 대충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탕은 단단한 거죠.



준성 -

스페인에 보카 도블레라는 두 개의 입이라고 해서 측판 위쪽에 구멍을 뚫는 기술도 있는데 선생님도 해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서민석 제작가 -

연주자가 원하면 해주죠.

전에 로버트 럭의 기타가 들어왔었는데 넥 옆에 구멍을 두 개를 뚫어놓았더라고요. 그걸 곽웅수 제작가에게 보여줬더니 바로 다음날 자기 기타를 뚫어버리더라고요(웃음)



준성 -

그것은 효과가 있으셨대요?


서민석 제작가 -

연주자에게는 좋은데 무대에서는 크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준성 -

저도 제 기타에 한번 적용해보고 싶은데 효과는 좋겠지만 지금의 소리가 너무 좋은데 뉘앙스가 변할까 봐 걱정이에요. 그렇게 해서 변화를 주고 싶지 않네요.(웃음)

나중에 기타 의뢰를 드릴 때 그때 적용해 봐야겠어요~


선생님 오늘 좋은 대화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국내에도 뛰어난 기타 제작가가 많다.

서민석 선생님은 물론이고 명노창 제작가, 엄기타의 엄홍식 제작가 등 뛰어나고 본인만의 철학을 가지고 제작을 임하시는 분들이 많기에 한국의 클래식 기타 시장도 더욱 상황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명인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좋은 악기는 어떤 방식으로 던 지 연주자에게 영감을 주기 마련이다.

 

이번 곡인 #205가 탄생한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파제 아카이브 인터뷰 - 유지수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