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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음 Dec 23. 2020

언택트 시대에 커넥트를 이야기하다. <2>

-송 익스플로더


 송 익스플로더는 리쉬 케이 허웨이라는 미국의 작곡가 겸 팟캐스터가 진행하는 일종의 인터뷰 형태의 다큐멘터리다.  


 내가 송 익스플로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하나의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 곡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송 익스플로더를 보고 있으면 그 곡을 만들어질 당시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가사로 바뀌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시켰는지, 어떤 악기를 사용했으며 음악의 구성을 어떻게 잡았는지 등등 하나의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점이 선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유명 음악가들과 함께 경험하는 것. 그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송 익스플로더는 8개의 에피소드를 볼 수 있는데, 나는 그중 시즌 2에 나온 나인 인치 네일스의 허트에 관한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었다. 요즘 가장 관심 주제인 상실과 고통 그리고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개인적인 추억을 상기시켜 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는 그룹이긴 하지만 트렌즈 네즈러라는 사람의 원맨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역할은 그룹 내에서 절대적이다. 곡도 만들고 악기도 연주하고 녹음 작업도 거의 혼자 하기 때문에 트렌즈 네즈러 외에는 밴드 멤버는 멤버라기보다 연주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결성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고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내한한 적이 있기 때문에 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ETP 페스티벌에서 NIN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오래된 기억 속의 NIN는 정말 ‘괴로운’ 그룹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보컬은 웅얼거리지 멜로디는 축축 늘어지고 어둡다. 목은 타들어가는데 무대 위에서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같이 중얼거린다고 상상해보라. 다른 그룹을 보러 가서였는 지 아니면 더워 죽겠는 날씨 때문이 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NIN 그룹이란 존재 자체가 내겐 ‘고통’이었다.     


 당시에 NIN은 굉장히 유명한 그룹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내한 공연을 하러 온다는 것 자체로 큰 이슈였다. 대단한 그룹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을 몰랐기 때문에 NIN와의 인연은 나를 지치게 하는 그룹으로 명명되며 끝났다.     


 그리고 십수 년이 지나, 나는 송 익스플로더를 통해 다시 NIN를 만났다. 노래를 왜 웅얼거리며 부르고, 가사는 왜 그렇게 슬프고 고통스럽게 쓰는지, 온몸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음향효과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곡을 만든 사람의 입을 통해 설명을 듣고 마지막에 ‘HURT’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전율’이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나는 송 익스플로더를 통해 기억 저편에 묻고 잊고 있었던 NIN의 음악과 다시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했다.   

  

 미술관에 가면 그림을 설명해주는 도슨트가 있고, 음악회를 가면 음악을 해설해주는 연주자나 지휘자가 있다. 감상하러 간 음악이나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익히고 간 사람이라면 그들의 설명이 가끔 지겹거나 재미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때론 그들의 해설이 내가 놓쳤던 그 무엇과 나를 연결시키고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하며 잊고 있었던 추억들을 불러내기도 한다. 예술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공감하기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하고 시간을 초월한다.      


 요즘 나의 플레이 리스트에 NIN의 음악이 가득하다. 그들의 음악을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나의 플레이 리스트는 또 길어졌다. 하지만 그래서 즐겁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쳐 가는 배경음악이 아닌 인생 음악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송 익스플로더를 추천한다.


*모든 이미지는 넷플릭스 오피셜사이트에서.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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