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버바비 May 05. 2019

매장의 음악을 분위기 메이커로 취급하지 마라!

비버바비의 리센스

최근의 개봉한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

어벤저스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누구나 떠오르는 음악이 있을 것이다.

둥~뚜두둔- 둥~뚜두둔- 둥~뚜두둔 하는 비트와 함께 시작하고 딴~~~딴딴따단~~ 딴~딴~ 딴~~~딴딴따단~~ 딴~단~~~ 이 반복되는 테마음악이다.

의성어로 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어벤저스의 팬이라면 이 단서만으로도 흥얼거릴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테마음악은 영화를 대표한다.

대표적인 영화음악 작곡가로는 시네마 천국, 미션, 석양의 무법자 등 누구나 알만한 테마음악을 만들어낸 엔리오 모리코네(Enrio Moricone), 스타워즈, 해리포터, 죠스, 쥐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등의 테마음악은 물론 바그너의 라이트 모티브를 영화에 도입한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라이온 킹, 인셉션,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 등의 음악 작업을 한 현대 영화음악의 거장인 한스 짐머(Hans Zimmer)등이 있다. 하지만 테마음악이 영화음악의 전부가 아니다.

존 윌리엄스가 궁금하신 분을 위해 유튜브 링크를 하단에 공유해 두었다.
영화음악이 궁금하신 분은 2017년에 개봉한 'Scor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참고로 이번 글의 제목은 매장 음악이지만 대부분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정확하게는 음악이라기보다 소리에 대한 이야기다.


테마음악을 포함하여 소리는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는 소리는 산소 같은 존재라 관람객들은 그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거나 저평가한다. 산소는 우리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기체이지만 우리는 산소의 존재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산다. 만약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공기가 평소와 달라진다면 우리는 이상을 느낀다. 영화에 소리가 없다고 영화가 생명력을 잃지는 않지만 그 가치는 떨어진다. 무성영화 시절보다 기하학적인 발전을 한 영화산업을 보면 소리도 그 공헌의 한 축은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에 영화를 볼 때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라. 감독의 연출이 아닌 이상 영상에서는 빈틈없이 소리가 흘러나온다. 공간음, 음악, 말소리, 냉장고 소리, 바람소리 등등 어떤 소리라도 나온다. 그 소리 중 어떤 소리가 상영되고 있는 영상과 어울리지 않거나 영상에서 제공하는 시각적 정보와 불일치한다면 우리는 금방 이상함을 눈치챈다. 싱크가 맞지 않아 영상이랑 소리가 완전한 불일치를 이루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심할 경우 어지럽거나 매스꺼운 증상도 느끼게 된다.


사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녹음된 효과음을 우리가 영화에서 듣는 경우는 매우 적다. 대부분의 효과음이 만들어진 소리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또는 납득이 되는 소리라고 인정할 수 있는 허용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다. 대부분의 효과음들은 폴리아티스트들이 만든 소리다.


소리만큼 또 중요한 것이 우리가 흔히 BGM이라고 하는 백그라운드 음악이다. 어떤 음악을 BGM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영상이 전달하는 의미는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하단의 영상을 참고하길 바란다.


배경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장르 : https://youtu.be/FtJNuQTKBYc

배경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장르

이 영상은 Kalam Vellum이라는 1970년 인도영화에 나오는 액션영상이다. 원래 이 장면에는 음악이 없지만 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같은 영상에 총 3개의 음악을 편집하여 만들었다.

처음 사용한 음악은 20세기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Lutoslawski의 첼로 협주곡이고 두 번째 사용한 음악은 Nihilore의 A Tremendous Thing으로 전자음악이며 세 번째 사용한 음악은 Scott Joplin의 Maple Leaf Rag이라고 하는 Ragtime음악이다. Ragtime은 1890년대부터 1910년대까지 미국에서 유행하던 음악이다. 네 번째 영상은 오리지널 클립이다.


전체 영화를 보지 않고는 이 장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상만 놓고 봤을 때, 어떤 음악을 사용하였느냐에 따라 슬랩스틱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진지한 액션 영화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음악은 다른 음악이나 음악이 없을 때 보다 배우의 움직임과 동작을 더욱 가볍게 느껴지게 하고, 배우의 움직임과 동작을 더욱 무게감 있게 하고,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이 지루한 액션씬에 박진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도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사운드 효과도 음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사운드 효과의 중요성 : https://youtu.be/URVXy_GoGmw

사운드 효과의 중요성

영상은 1983년에 상영된 '스타워즈 6 : 제다이의 귀환'에서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가 광선검으로 싸우는 액션 씬이다. 이 영상은 오리지널 영상의 소리를 그대로 살린 오리지널 부분, 기존의 효과음을 지우고 새로운 효과음을 입힌 부분, 무음으로 처리한 부분 이렇게 셋으로 나누었다. 오리지널 부분을 제외한 구간의 공간음이나 효과음은 직접 편집하였다.

영상은 모습과 소리만 전달한다.

위의 영상의 경우, 광선검이 소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광선검이라는 물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에 영화에서 만든 이미지 외에 정형화되어있는 이미지가 없다. 실제 영화에서 제공한 효과음을 들었을 때, 새로운 효과음을 들었을 때, 소리가 없을 때 광선검은 어떤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영상에는 광선검을 이용한 움직임과 광선검이 다른 물체에 다았을 때 나타나는 반응 등의 다양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하지만 이를 포함해서 고려한다고 해도 세 경우 모두 광선검에 대한 이미지는 미묘하게라도 다를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소리와 같은 감각정보에 의존해 사물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평가하게 된다. 이것이 영상이 아니고 현실이라면 소리뿐만 아니라 여러 감각자극들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로 사물을 평가하게 된다. 당연히 여기에는 언어적 정보와 같은 의식적인 정보도 포함된다.  


광선검의 소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보이는 정보만으로 광선검을 평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부족한 정보는 각자의 상상으로 채운다. 이 상상은 자신의 과거 경험과 학습에 근거할 가망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광선검을 평가할 때, 영상 속 모습으로 얻게 되는 한정적인 정보와 각자의 상상으로 채워진 추가 정보가 합쳐져 광선검을 평가하게 되고 서로의 경험과 학습은 다 다르기 때문에 평가도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게 된다. 모습과 함께 소리도 제공하게 되면 상상으로 채워질 정보의 수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광선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느 기준에 가까워지고 표준편차도 줄어든다. 현실로 돌아와 광선검이 아닌 a라는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알린다고 해보자. 영상에서처럼 a의 소리뿐만 아니라 향과 촉감도 함께 디자인하여 전달한다면 제품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제품의 수준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에 의도적으로 어떤 감각자극을 디자인하여 또는 설계하여 제공하느냐에 따라 제품에 대한 사람의 인식과 평가도 통제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파악할 때도 과거의 학습 및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우리는 익숙한 것일수록 자세히 보지 않으며 들으려 하지 않고 관찰하지 않는다. 집중은 뇌에게도 피곤한 일이다. 뇌는 굳이 피곤해질 일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게끔 효율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사물이나 서비스 등의 소리를 통제하여 의도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사운드 디자인이라고 한다. 사운드 디자인은 보편적으로 영화나 게임산업에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동차, IT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방대하니 나중에 따로 작성하겠다.
위의 영상에서 제공한 '새로운 효과음'은 여기 적어놓지 않아도 출처를 아는 사람이 매우 많을 것이다. 이렇게 제품, 서비스, 회사 등의 정체성을 소리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사운드 브랜딩이라고 한다. 이 역시 추후에 따로 작성하겠다.
참고로 리센스에서는 사운드 브랜딩도 하고 있으며 추후에는 사운드 디자인 작업도 함께 병행하여 각 브랜드에 더욱 적합한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위의 영상에서 본 것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리가 우리의 감정, 영상에서 보이는 것들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상을 벗어나 현실 속의 우리의 반응도 많이 다르지 않다.

영화를 보는 것도 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다.


소리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정보를 제공한다. 그 정보 중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적 정보 또는 우리가 인식하고 듣는 음악과 같은 의식적인 정보가 있으며 공간음이나 BGM처럼 집중하지 않아도 귀로 흘러들어오는 정보인 무의식적인 정보도 있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들을 토대로 우리는 대상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현실에서 나는 소리, 향과 같은 감각정보는 단지 분위기 메이커가 아니고 우리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상업공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음악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 패턴, 소비패턴이 영향을 받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달라지게 된다. 당연히 쇼핑 경험, 구매 경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품에서 어떤 소리가 나느냐에 따라 스타워즈의 광선검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위협적인 무기가 되기도 하며 장난감 코너에서 파는 천 원짜리 장난감 검이 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포장, 매장, 주변 환경 모두 광선검의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하단에 매장과 레스토랑의 음악이 달라지면 어떤 느낌인지 확인할 수 있는 두 가지 영상을 첨부하였다.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과 '카와이 몬스터 카페' 모두 각자의 매장과 레스토랑에 적합한 음악을 선정해서 활용하고 있었다.  공간 내부 촬영 영상에 두 영상 모두 여러 음악을 섞어서 편집해놓았고 실제 매장과 레스토랑의 음악을 포함하여 어떤 음악이 공간과 브랜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지 생각해보아라.


앞에서 적었듯이 공식과 같은 정답은 없다. 정답은 점주 또는 브랜드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실현하는데 최적화된 음악이면 된다. 대신 소리의 다양한 요소들이 여러 상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자연친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추구한다고 자연의 느낌을 표현하는 음악을 아무거나 선정해서 틀어놓는 것은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참고로 레스토랑의 경우, 소리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음식 맛도 변한다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


연관 글 :

https://brunch.co.kr/@musikbiber/17



블록버스터에 바그너를 접목한, 현대 영화음악의 아버지,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 편 : https://youtu.be/6NvBuBMLGDY

블록버스터에 바그너를 접목한, 현대 영화음악의 아버지,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 편



매거진의 이전글 소매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가져야 할 관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