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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굴꾼 Oct 29. 2024

14.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댄싱 마스터 하우스에 가다

베로나에 간 13살 모차르트의 초상화. (출처: 위키백과) 댄싱 마스터 하우스에서 소장 중이다.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 볼프강 고틀리프 모차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만 세 번째로 이야기하면 심심할 테니 약간의 변주를 줘 보았다. 참고로 모차르트의 누나 난네를은 마리아 안나 발부르가 이그나티아 모차르트였다.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모차르트 협회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모차르트 협회는 잘츠부르크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국제 모차르트 연구/공연/홍보... 그러니까 모차르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주관하는 협회다. 매년 1월 27일 무렵 모차르트 주간이라 해서 모차르트 축제를 주관하는 것도 이곳이다. 1877년 협회의 전신은 잘츠부르크 축제도 주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기관에게로 넘어간 것인지 홈페이지 설명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잘츠부르크 축제조차도 모차르트 오페라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1월 말과 8월 말, 1년에 두 번이나 모차르트를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협회는 박물관도 관리하고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이번에는 각 박물관들이 자기들을 어떻게 홍보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던 나는 협회 인스타그램을 뒤져 보았다. 아쉽게도 박물관에 대한 설명보다는 공연 이야기가 더 많다. 박물관 인스타그램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협회 인스타그램에서 가끔 박물관 이야기를 해주는 형태라서 생긴 문제였던 것 같다. 설명도 전부 독일어로 적혀 있어서 인스타그램에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가끔씩 올려주는 대왕 모차르트 플레이모빌은 꽤 귀여웠다. 신년이 되면 불꽃놀이를 하고 있고 부활절이 되면 부활절 달걀을 들고 있는데, 잠깐 모차르트 플레이모빌을 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러분들이 모차르트 팬이라면 만오천원도 안 하니까 플레이모빌 하나 정도는 저렴하게 사도 괜찮을 것 같다.

 

부활절을 축하하는 모차르트협회의 대왕 모차르트플레이모빌. (출처: 인스타그램 스크린샷)

잘츠부르크에 와서 모차르트 생가도 다 봤으니 이제 그냥 가도 되겠다, 주변 구경이나 더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아직 고수는 못 된다. 모차르트를 좋아하는데 잘츠부르크에 있는 모차르트 집이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이라는 걸 모른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이 되겠는가. 모차르트 집이 있던 구시가지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 다시 신시가지 쪽으로 돌아가면,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돈을 좀 벌고 나서 이사한 집인 일명 "댄싱 마스터 하우스"가 있다. (절대 나이트클럽 이름이 아니다.) 1711년 무렵부터 모차르트네의 친구였던 사람이 댄스 레슨을 그 집에서 해 줬기 때문에 지어진 별명이라고 한다. 모차르트가 16살이던 177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두 번째 빈 투어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이 집에 들어왔다. 확실히 방 하나하나가 모차르트 생가에 비해서 널찍하고, 세로로 높기보다는 가로로 넓은 형태라는 점에서 이전에 비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유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또) 당해서 절반이 넘게 날아간 집이라는 설명문을 읽고서 2층으로 올라가면 소규모 무도회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홀이 나온다. 한편에는 모차르트가 사용하던 오르간과 클라비어가 전시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모차르트 가족의 자학개그를 담은 공기총놀이 과녁판이 걸려 있다. "Bölzlschiessen"이라는 이 공기총놀이는 일정 간격을 두고 과녁판에 공기총을 쏘아 맞히고 점수를 계산하는 게임으로, 사용하는 도구가 공기총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다트와 다를 바는 없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 과녁판에는 자학개그와 게임 참여자들에 대한 유머가 가득 들어 있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과녁판은 없는 듯하다. 대신 박물관 측에서 과녁판을 재현해 놓았는데, 그 유명한 모차르트의 "내 엉덩이를 핥아라" 일화를 모티브로 한 과녁판도 재구성해놓았다. 이외에도 모차르트가 자기 사촌동생한테 작업을 거는 일화를 가지고 만든 과녁판이나, 난네를(모차르트의 누나) 친구 중 한 명이 계단에서 엉덩이가 다 드러나게 엎어진 일화를 가지고 만든 짓궂은 과녁판들도 있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난 모차르트가 그런 과녁판들 만드는 데에 비상한 재능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에 재구성해 본 과녁판. 박물관에는 더... 노골적인 과녁판들도 걸려 있었는데 여러분들의 눈을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출처: 위키백과)


이어지는 방들에서도 모차르트 가족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이어진다. 각 성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개중 레오폴트 모차르트를 다루는 방에서 기억에 각별히 남는 것이 있다. 바로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가상 SNS였다. 누가 봐도 페이스북을 모티브로 한 것이 티 나는 SNS였는데, 요즘 20대들 사이에서 페이스북은 '연세 있으신 어르신 분들이나 하시는 한물 간 SNS'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중년 연배일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페이스북을 쓴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 모차르트가 처음으로 연주를 했다, 모차르트 투어 일정은 이번에 어떻게 된다 같은 이야기들이 적혀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더 놀랐던 것은 게시물만 만들어둔 게 아니라, 팔로워 팔로잉 목록을 눌러서 들어가 보면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실제로 알고 지냈던 동시대 작곡가들 목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재현해 놓은 걸 보고 그 자리에서 꼴사납게 웃다가 숨넘어갈 뻔했던 기억이 난다. 혹시라도 가시게 된다면 꼭 레오폴트의 페이스북을 놓치지 말고 봐주기를 요청드린다.

레오폴트의 페이스북.


이어서 빨간 옷을 입은 13살 모차르트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다루는 방이 나온다. 해당 초상화는 모차르트가 베로나를 여행하던 시절에-그러니까 어린 신동으로서 이탈리아 투어를 다니던 시기의 그림이다-그려진 것으로, 모차르트의 이탈리아 여행 시절을 다룬다. 그 방에서는 모차르트가 쓰던 또 다른 바이올린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니까 주목해 주시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차르트 댄싱 마스터 하우스에서 최고의 소장품으로 꼽는 것 두 개가 모차르트의 함머플뤼겔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이니만큼 말이다. 내게는 '아니 이게 방 하나를 통째로 할애해 줄 정도의 소장품인가' 싶었지만 박물관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소장품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모차르트의 함머플뤼겔.


개인적으로 내가 더 좋아하는 소장품은 19세기에 만들어진 모차르트 코스튬이었다. 19세기, 베토벤을 필두로 해서 예술가들의 지위가 상승하고 낭만주의적 천재관이 발달하게 되며 모차르트도 당연히 신격화되었는데, 앞서 모차르트 생가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모차르트는 점점 더 크게 기념되었다. 모차르트 코스튬이 있는 것도 전혀 이상치는 않다. 글을 쓰면서 얼마 전 읽은 후고 볼프* 전기에서 볼프가 어릴 적 파티에 모차르트 코스튬을 입고 가서 아버지와 함께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길러낸 어린 천재의 이미지는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지만 동시에 신동이라는 이미지를 팔아먹으며 이루어진 베토벤, 리스트, 클라라 슈만 등에게 가해진 착취의 역사를 떠올리게도 했다. 유럽에서는 핼러윈을 따로 기념하지 않기 때문에 핼러윈 날 모차르트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니는 19세기 아기들을 볼 수 없었음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모차르트가 시대 속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얼마나 큰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장품이었다.


*후고 볼프(1860~1903):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말러와 음악원 동기였으며 가곡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방은 모차르트 관련 미디어가 이것저것 있었다. 모차르트 공연영상이 하나 있었고, 벽에는 '숫자로 보는 모차르트 코너'가 만들어져 있었다. 모차르트가 지니고 있던 스타킹이 8켤레였다는 이야기부터, 하루 모차르트 가족이 마차를 타고 여행하던 거리가 평균 6.5km였다는 이야기, 편지에서 모차르트가 아내에게 1,095,060,437,081번의 키스를 보냈다는 이야기까지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숫자로 정리해 준 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차르트의 일상이자 일생이 숫자로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더 적절해 보였던 것은 모차르트의 취미가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음악과 복잡한 인간관계로 꼬여 있던 인생 속 규칙적이고 어찌 보면 단순하기까지 한 수학은 모차르트의 삶 속 위안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서 0이라는 난네를의 남은 곡 숫자와 모차르트의 후손들 숫자를 보면 마음이 이상하게 먹먹해진다.

숫자로 보는 모차르트의 인생.

2층으로 올라가면 원래 모차르트의 오페라 관련 미디어 전시와 오디오 전시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내가 갔을 때는 특정 요일에만 개방한다면서 문을 잠가 놓아서 볼 수 없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더라면 문을 쥐어뜯으면서 머리를 쥐어박을 정도로 아쉬운 일이었겠지만 다행히 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보지 못한다고 그렇게 아쉬워할 정도로 모차르트의 곡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 여기서 끝인가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2022년 이전이었으면 그대로 아쉽다고 생각하며 나가도 괜찮지만, 2022년부터는 댄싱 마스터 하우스에 이것만 보러 와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소장품(?) 이 생겼기 때문이다. 모차르트 댄싱 마스터 하우스에 입장할 때 들어오는 문 바로 맞은편애 초록색 정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마술 피리 하우스'다. 1층 관람을 다 마치고 나서 2층 복도와 화장실, 기념품샵으로 향하기 전 안내문에 적혀 있는 "마술 피리 하우스로 가는 길"을 꼭 확인하기를 바란다. 모차르트 마술피리 하우스는 모차르트의 가장 유명한 오페라 가운데 하나인 '마술 피리'가 작곡된 작은 정자다.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생길 것이다. 나는 모차르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잘 생각해 보면 마술 피리의 작곡 연도는 1791년, 무려 모차르트가 30대 중반일 때다. 그렇다면 알 사람들은 다 알듯이, 마술 피리는 빈에서 작곡됐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하우스가 잘츠부르크에 있단 말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모차르트의 부지를 구입했던 사람이 부지에 있던 마술 피리 하우스를 모차르트 협회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정자는 1877년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 때 공개되었고 이후 약 80년 정도 방치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차적으로 보수가 이루어지고, 2022년 원래 페인트 색으로 추정되는 초록색으로 도색이 이루어졌으며, 대대적인 복원을 거쳐 현재 모차르트 박물관의 야외 정원에 전시되고 있다. 안쪽에 들어가 볼 수도 있는 듯하지만, 그건 특별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가능한 듯하다. 겉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창문의 일부는 무려 179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그 사실을 알고서 보면 천재의 숨결이 묻어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느껴지면서 평범하지 않게 다가온다. 일설에 의하면 마술 피리를 제발 제시간에 완성하라고 모차르트를 이 정자에 가둬놓았다고도 하는데, 갇혀 있어도 그리 답답하지 않고 햇살도 잘 들고, 색도 상큼한 녹색이라서 내가 모차르트였더라면 그리 불편해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빈의 원래 위치는 아니긴 하지만 옮겨진 이 잘츠부르크 박물관의 주위 심겨 있는 주변의 초록초록한 관목과도 잘 어울려 싱그럽고 시원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하우스. 2022년 복원되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마술 피리 하우스 앞에는 나 한 사람뿐이었다. 원래 북적이는 곳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보통 박물관이 한 도시에 두 개 이렇게 있으면 한 군데만 그럴싸하고 다른 곳은 별 볼 일 없는 경우가 많아 아쉽기만 했었는데,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박물관은 두 곳 다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박물관들에서 이야기했듯,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를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고향에서 사랑받는 사람이 된 듯했다. 하기사, 모차르트가 아니었더라면 잘츠부르크가 감히 도시 슬로건을 '음악의 도시'라 붙일 용기를 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모차르트박물관의 퀄리티보다도 모차르트가 고향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상품성이 좋은지)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오스트리아에 한 번이라도, 아니 독일어권 국가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공항 면세점에서 마주쳤을 모차르트쿠겔른(Mozartkugeln)이다. 나 또한 2024년 밸런타인데이에 모차르트가 잠깐 있었다는 이유인지 모차르트쿠겔을 잔뜩 팔고 있는 만하임 마트에서 콘스탄체쿠겔과 모차르트쿠겔을 사 와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전 2022년 빈에 갔을 때도 모차르트쿠겔을 사 먹었었고 말이다. 이 달콤한 제과는 1890년 잘츠부르크의 FURST 제과에서 최초로 개발되어 190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상도 수상했다. 마지판과 피스타치오 위에 누가를 덧씌운 뒤, 세로로 세운 꼬치 위에 둥근 반죽을 꽂고 다크 초콜릿으로 감싼 뒤 식히면 모차르트쿠겔 완성이다. 단맛이 감돌지만 꿀처럼 텁텁할 정도로 달지는 않고, 피스타치오와 마지판 덕분에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맛이 일품이다. FURST 원조 제과는 현재도 잘츠부르크에 있으며, 런던이나 프라하에서 봤던 것 같은 아르누보 시대의 폰트로 상호가 적혀 있다. Kafe Konditorei Furst라고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면 향긋한 초콜릿 냄새가 진동한다. 모차르트쿠겔른 하면 떠오르는 붉은색과 금색 포장지가 아닌, 푸른색과 은색 포장지가 원조 초콜릿이다. 모차르트 하면 떠오르는 색이 언제나 빨간 쥐스토코르인데 왜 파란색으로 만들었던 건지 궁금하다. 하긴, 잘츠부르크 하면 떠오르는 색은 또 약간 희미한 파란색이긴 하니까 그럴 수도 있나 싶기도 하고.

이건 짭이다. (출처: 아마존)
바흐뷔르펠과 모차르트쿠겔(원조).

공항 면세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빨간색 모차르트쿠겔른과 원조 모차르트쿠겔른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모양이다. 원조 모차르트쿠겔른은 완전한 구 모양이다. 쿠겔 자체가 둥근 모양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니 당연하다. 원조가 아닌 모차르트쿠겔른은 대체로 한쪽 바닥이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자신의 레시피와 콘셉트를 베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온 양산형 모차르트쿠겔른을 보고 당연히 Furst 제과는 분개했다. 소송 끝에 나온 결론은, "오리지널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쿠겔른"은 Furst제과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른" "오리지널 오스트리아 모차르트쿠겔른" 같은 수식어들은 다른 가게에서 사용해도 되게 한 것이다. 나였더라면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른"을 선점했을 텐데 굳이 잘츠부르크 자부심에 악수를 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맛에 큰 차이는 없지만 원조를 먹으면 기분이 좋으니 여러분들도 잘츠부르크까지 왔다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만하임, 프라하, 빈 어디서든 다 파는 빨간 모차르트쿠겔른이 아닌 파란 모차르트쿠겔른을 사가 이 비화를 공유하며 잘난 체를 해주시기를 바란다.


아, 참고로 Furst 제과에서는 모차르트쿠겔만이 아니라 도플러 (그 도플러 효과 할 때 그분이 맞다) 과자와 바흐뷔르펠 (Bachwurfel) 도 팔고 있다. 바흐의 경우 잘츠부르크에 생전 발도 들여본 적 없는 사람인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300번째 생일을 맞이해 만든 제과라고 한다. 바흐뷔르펠의 경우 약간의 알코올과 견과와 초콜릿, 마지판이 모차르트쿠겔과 비슷하게 들어 있다. 모차르트쿠겔에 비해서 바흐뷔르펠이 조금 더 쓴맛이 들어 있다. 역시 커피를 안 마시면 말린 염소가 되는 아저씨라서 그런 걸까. 아무튼, 제대로 된 오스트리아식 오예스 모차르트쿠겔은 꼭 한 번 맛보시기를 바란다. 모차르트광장에서 모차르트 기념 동상을 바라보며 모차르트쿠겔른을 한 개 한 개 다람쥐처럼 까먹고 있으니 순식간에 기차 시간이 되어갔다. 미리 모차르트쿠겔른을 먹어둔 덕분에 만만한 동양인 여성이라고 "술 마시러 가겠냐"는 작업이 실패하자 "초콜릿이라도 같이 먹으러 가자" 라던 호엔잘츠부르크 성 직원의 생전 처음 들어 보는 형편없는 작업 멘트에 "이미 오늘 많이 먹었어요"라고 대처할 수 있게 해 준 모차르트쿠겔른에게 건배.

아쉽게도 모차르트쿠겔 단면은 찍어놓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바흐뷔르펠 단면이라도 보여드린다.

기차에 올라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비록 웬 이상한 직원 때문에 약간은 아쉽게 된 여행이었지만, 나중에 날씨가 좋다면 한번 더 찾아오고 싶었다. 흐린 날씨임에도 다리에서 바라본 구 시 자기와 호엔잘츠부르크 성의 모습이 정말 그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모차르트 박물관들 보겠다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넘버 가운데 하나를 재생했다.


"So long, farewell, Auf Wiedersehen, Goodbye, Adieu, Adieu, to you and you and you..."


모차르트 박물관이여 안녕.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우리 박물관 기행의 절반 지점인 이곳에서 마무리됐다.


최종 평가

명칭: Mozarts wohnhaus (모차르트가 살던 집)
운영시간: 매 9:00~17:30 (30분 전 입장마감)
입장료: 성인 15유로, 할인가 12유로
사이트 링크: Mozart Residence in Salzburg | Wolfgang Amadé Mozart Museum | International Mozarteum Foundation | Get your tickets now!

1. 도시 접근성: ★★

앞의 도시와 같은 도시기 때문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2. 도시 내 접근성: ★

역에서는 도보로 20분이 걸리니 모차르트 생가보다 오히려 가깝다. 하지만 구시가지에 있던 생가와는 달리, 다리를 한 번 건너서 가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3. 소장품:

원본 편지나 악보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자필악보의 경우에는 사전 투어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원본 소장품은 13살 모차르트의 초상화, 모차르트의 함머플뤼겔, 바이올린, 모차르트 가족 초상화 원본 정도가 있다. 많지는 않지만 꽤 중요성이 있는 소장품들이기 때문에 3점을 매겼다. 때로 모차르트 생가에서 소장품을 대여해주기도 하는 것 같다. 마술 피리 하우스 때문에 0.5점을 더 매길지 말지 고민이 되지만 일단은 매기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4. 언어 지원: ★★★★

한국어가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 안에서만 어플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오디오로만 들을 수 있고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나, 어플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오디오 가이드 없이 가면 설명이 그리 충실하지 않아서 그런지, 오디오 가이드를 들은 사람들과 듣지 않은 사람들 사이 평가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5. 가성비: ★★☆

모차르트 생가에 비해 소장품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집이 큰 것도 아닌데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미디어를 생각하면 나름 납득은 가능한데, 뭔가 억울한 가격이다. 잘츠부르크 카드를 산다면 전혀 아깝지 않긴 할 것이다.


6. 규모: ★★★

방은 8개라고 이야기하는데, 내 체감상은 5~6개 정도였다. 가로로 넓어서 모차르트 생가에 비해 위아래로 덜 이동해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내가 위층 모차르트 오페라 미디어 전시와 오디오룸을 못 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7. 상호작용: ★★☆

모차르트 초상화를 머리-가슴-배처럼 3 등분해서 돌려가마 맞출 수 있는 퍼즐도 있고... 모차르트 관련한 영상도 있었고... 댄싱 마스터 하우스 미니어처 도면도 있었는데 그런 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레오폴트 모차르트 페이스북이 너무 강력했어서 그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프로필도 뒤져볼 수 있고 게시물에 하트도 남길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너무 강력해서 다른 상호작용이 생각이 안 난다. 죄송합니다.


8. 굿즈: ★★★☆

생가 쪽이 훨씬 방문객이 많다 보니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이왕 두 곳 박물관을 다 가신다면 생가 쪽에서 구입해 오시는 편을 추천드린다. 댄싱 마스터 하우스의 모든 굿즈는 생가에서도 팔고 있으니 생가 굿즈샵을 다녀왔다면 스킵해도 손해는 없다.


9. 큐레이팅: ★★★

무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대로 모차르트가 빈으로 가기 전까지의 잘츠부르크 생활에 집중한 것이나 가족에게 집중한 것 테마는 괜찮았는데, 그러다 보니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가 좀 적어서 아쉬웠다.


10. 총평: ★★★☆

비유하자면 요한 슈트라우스 1세 같은 곳. 생가에 밀리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최대 장점: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페이스북과 마술 피리 하우스

최대 단점: 떨어지는 가성비

추천 여부: O


15화 예고: 오스트리아는 이제 끝이다. 멘델스존이 잠깐 일했고 슈만 부부가 살았던, 내 독일인 친구 고향인 독일 대표 부자 도시 뒤셀도르프로 향하다. 최신 박물관의 신기술에 감탄하며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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