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부터 읽는 버릇

by 아론

서점에서 책을 둘러볼 때와 평소 책을 읽을 때는 조금 다르다.

목차부터 천천히 넘겨보던 평소와 달리

과감히 수십 장을 뭉텅뭉텅 넘긴다.


부위별로 잘라내는 정육점 직원처럼

나와 연관성을 찾으며

눈에 걸리는 문장을 찾는다


세상에 정말 많은 책이 있지만

좋은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내가 쓰는 글도 그렇겠지.




어렸을 때 꿈은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는 것이었지만

지금 꿈은 집에 있는 책만이라도 다 읽는 것이다.

표지가 예뻐서, 문장이 좋아서 모은 책이 산더미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책만이 취미가 아니니

덥석 잡은 손처럼 모아놓은 책들 중

가장 눈에 덜 띄는 친구들은 구석에 자리한다.


그리고 또 다른 책들이 쌓여간다.

먼지와 세월이 쌓여 낡은 책은 습기와 세월을 머금는다.

그렇게 읽히지도 않고 뭉텅뭉텅 버려진다.


한정된 시간에 좋은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읽다 보면 생각보다 재미없거나

생각을 강요하면 반감이 생겨버린다.


아까워서 끝까지 읽으려다 책과 멀어진다.

취미 하나에 먼지가 쌓여간다.

죄책감이 스며들 때쯤 다시 집어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때 묻은 책들은

대부분 다 읽게 된다.

선입견 없이 만난 친구들처럼 오래, 함께한다.


그중 양질의 책들은 견고히 자리를 차지한다.

근육과 살이 되지만 언젠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언젠가 읽히지 않아 버려지고 나눌 것이다.


오늘도 책을 새로 사려다가 내려놓았다.

비워낸 후 다시 사야겠다.

그때도 중간부터 읽고 고르겠지만,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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