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와 당신

우울, 크리스마스

by 아론

깊은 심연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왜?라고 이유를 묻는다면, 울음을 터트릴 듯한.

잠시 지나갈 우울함으로 여겨온 감정의 조각들.


그 조각의 날 선 모서리가 마음을 헤집었다.

꽤 오래전부터 당장 눈앞에 놓인 것들을 위해

내 감정과 마음들을 애써 외면했다.


글을 적고 일과 운동에 파묻혔다.

따뜻한 위로의 말들 뒤에 숨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도망쳤다.

외면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건물만 한 해일처럼

감당 못할 감정의 창고의 문이 열렸고,

타고 갈 우주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담을 받았다.

30분 정도 근황과 가정사를 털어놓았다.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이었다.




겨우 도달한 휴일, 크리스마스.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14시간을 잠들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이부자리를 갰다.

창문도 열고 음식을 밀어 넣었다.

어떻게든 힘을 내보려 밀어 넣었다.


그 어떤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르지 않았다.

계획했던 모든 일을 미뤄둔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정화되지 않는 마음을 끝도 없이 흘려보냈다.




의식해서 애써 웃어도 보고

평소 하지도 않던 혼술도 하며

텅 빈 배부름을 부여잡고 세로로 누워 잠에 들었다.


이렇게 자면 안 되는데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이 우울한 마음을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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