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불편한 감정을 숨기는 것이 익숙했다.
남몰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하는 듯하고 싶은 말을 노트를 채우는 일을 시작했다. 일기장으로 시작했지만, 곧 가족들의 눈에 띄지 않는 허름한 겉표지의 공책으로 바뀌었다.
하기 싫은 일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에 유난 떠는 것이 즐거웠다. 책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담고 있다.
먼저 텍스트가 꽉 들어차 있다. 붓글씨 같은 궁서체 인쇄물을 좋아했는데, 작은 글씨로 된 책이 더 매력적이었다. 등장인물을 포함한 작가, 새로운 장소, 처음 보는 사진과 그림, 내밀한 은유, 편집된 단정한 문장 같은 것들 사랑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자유로운 방랑병은 책 읽기가 절반은 잠잠하게 만들어 주었다.
답답하고 대책이 떠오르지 않는 질문에 답을 구하고 싶던 나를 만족시켜주는 건 바로 문학이었다. 작가들의 책을 펼치는 순간 신기루처럼 다른 세상으로 나를 데려가주었다. 책을 보느라 보낸 시간은 아깝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책을 보는 건 귀찮은 일들을 안 해도 되는 핑계를 제공해 주었다. 딱히 좋아하는 물건이 없던 나였지만 책은 수집 욕구도 느끼게 했다. 작고 네모난 책은 어디에 두어도 뿌듯했지만, 권수가 많아지면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나에겐 도서관이 믿을 만한 곳이다.
두 아이를 태우고 다녔던 유모차는 여러 가지로 유용했다. 세월이 지나고 아이는 더 이상 타지 않은 유모차를 끌고 도서관엘 갔다. 가족카드를 포함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빌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대출권수가 점점 늘어나자 책을 읽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도서관에선 모든 것이 용납되었다. 대출 기간을 연장하면서 붙들고 있던 책도 있었고, 한 챕터를 보고는 그냥 반납하기도 했다. 인기 도서도 예약해 두고 순서를 기다리면 되었다. 아무리 대출자가 많아도 한 달 이내면 내 차례가 왔다.
한 달에 두 번 신간 도서가 도착할 때를 맞춰가면, 새책에서 풍기는 냄새가 가슴 뛰게 했다. 책을 사서 읽을 때 보다 도서관에서 욕심 껏 잔뜩 빌려오는 책은 내게 더 자신감을 주었다. 어쩌면 책을 읽는 법을 터득하는 일도 연습량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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