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집착하는 이유

봄 야생화

by 무쌍

봄이 왔으니 마음은 바쁘다. 절기상 눈이 녹고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인데, 찬바람이 무서워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 봄은 오고 있지만 이른 초봄에 피는 야생화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더 조바심이 다.

내일 산책 길에 만날 야생화들을 떠올려 보았다.

봄까치꽃의 파란 꽃잎, 순백의 작은 별꽃, 진홍색의 구슬처럼 맺힌 광대나물 꽃송이도 보러 갈 참이다. 그리고 양지바른 평지에 봄까치꽃이 파란색 작은 꽃잎으로 뒤덮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가장 기다리는 건 제비꽃들이다. 꽃의 색과 종류가 많은데 보통은 보라색이거나 흰색을 흔히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건 진한 보라색데 아직 몇 주는 더 기다려야 첫 꽃을 볼 수 있다.


봄에는 소박하면서, 자연스러운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난다. 속도를 쫒아가며 사진을 찍느라 한 순간 녹초가 되어 버린다. 정신을 차려보면, 일부러 꽃을 찾지 않아도 온 사방에 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앵초꽃 과 민들레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그리고 꽃 사진을 찍거나 꽃 구경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머리가 빙빙 도는 기분을 잊어버려야 꽃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세상에 핀 꽃을 다 볼 작정인 듯 쫓아다니려면 안된다. 조바심을 잠시 내려놓고 거리를 두어야 한다.

집착하는 기분이 들면 어떤 것도 재미가 없다. 마음속에 은밀하게 남아있는 뭔가가, 꽃을 찾는 것도 집착하게 만들었다. 대게는 포기하지 못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무엇을 사진으로 담는지 알게 되었다. 새롭게 피어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갑상선 약을 먹기 시작하고는 약을 끊고 싶다는 기대가 컸다. 해가 바뀌고 꽃이 피듯이 새로운 봄이 온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면 내 몸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호르몬 약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몇 차례 봄이 새로 왔지만, 내 몸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속 마음은 여전히 씻은 듯 낫고 싶다는 집착을 하고 있다. 또 한 살 늙었지만, 갑상선 기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발아래 땅 위에 납작 누워던 야생초들이 고개를 들었다. 시작은 작고 소박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자연을 만나다 보면 늘 배울 것이 많아진다. 거창한 걸 얻어 보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나였다. 달라지는 걸 집착하지 말고,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해보면 어떨까?


봄 야생화들이 올봄에도 작년처럼 다르지 않게 피어날 것이다. 작년에 봤던 제비꽃이 또 찾아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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