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에 이사를 했다. 첫날은 전입 신고, 학교 전학, 인터넷과 TV 설치, 가스, 난방점검 둘째 날은 에어컨 설치, 도서관 대출카드 신청,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했다.
며칠 동안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집에 사람이 들락거렸다. 아직 세탁기 설치와 내부수리가 남았다.
십 년동안 산 곳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건 새롭게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남편을 만나 단둘이 처음 그 집에 이사했을 땐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십 년을 지내다 보니 모든 것이 바뀌 동안, 혼자만 얼룩지고 빛바랜 벽지처럼 느껴졌다. 그런 멈춘 시간들이 있어서 글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에서 도망치듯 이사를 나왔다. 그랬더니 정말 새로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를 한다는 건 삶을 모조리 바꾸는 것이었다. 신분증 뒤에 새로운 주소가 붙여지고, 다른 구민으로 전입되었다. 쓰레기 수거 날과 방법도 다르고, 자주 가던 마트도 바뀌고, 새로운 도서관에서 카드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매일 가던 산책 코스 대신 새로운 산책로를 찾아야 한다. 집안 구조가 바뀌고, 바뀐 싱크대 수납장에서 물건을 찾으려면 여기저기 문을 다 열어봐야 한다. 현관문 잠금 해제가 서툴러 누군가 안에서 열어줘야 한다.(손가락이 버튼 누르기 오작동을 부른다 ㅜㅜ) 냉장고 위치가 바뀌니 식사 준비를 하다가도 자주 머뭇거렸다. 책장의 책들은 정리안 된 채 쌓인 짐처럼 뒤죽박죽 꽂혀있다.
문득 새로움에 적응하는 것이 피곤해졌다. 익숙한 공간에서 쉬고 싶었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았지만 오늘은 브런치로 도망쳤다. 가상공간이지만 늘 오가던 브런치 서랍장을 열었다. 잠시 동안 3일간의 긴장감이 좀 누그러졌다.
이삿짐을 모두 빼고 마지막으로 둘러보던 남편에게 안방 벽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 이사 들어간 날 붙였던 대형스티커였다. 벽지에 남은 얼룩을 가리려고 스티커를 붙였는데 두고 나오기 아쉬웠다. 거기엔 생텍쥐페리의 책 <어린 왕자>에 나오는 글귀가 붙여있었다. 인생의 모든 것을 옮겨왔지만 유일하게 두고 온 것이다. 지금 쯤은 새 벽지로 도배가 되었겠지만, 기억 속에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 바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안방 벽에 두고 온 스티커
김동완 교수의 <사주명리학>에는 대운을 이렇게 설명한다. '인생에서 장기간 큰 영향을 미치는 운으로, 10년을 주기로 변화한다. 사주가 자동차라면 대운은 그 자동차가 주행하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차가 달릴 도로가 구불거리는 길인지, 일직선 길인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인지, 자갈돌이 깔린 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함께 가는 동행자가 있다면 자동차는 즐겁게 달릴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주팔자와는 상관없이 이사를 정했다.^^; 십 년 만에 바뀐 보금자리를 새로운 자동차라고 나름대로 의미 부여해 보고 싶다.바뀐 차를 타고 천천히 운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