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아도 괜찮아요

봄 야생화

by 무쌍

봄 화단에 피는 은 순서대로 하나하나 감상할 수 있다. 래서 꽃 사진을 찍는데도 차례차례 즐기면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 나무들이 피운 꽃이 질 때쯤엔 나무 아래 초록색 풀들이 매일 돋아 난다. 리고 무성해진 풀들 속에 작은 꽃이 하나씩 보인다.


산기슭에 피는 귀한 야생화는 꽃이 화려하고 더 눈에 띄지만 도심에 피는 야생화 작은 꽃들이 더 많다. 게다가 이파리보다 꽃이 더 작게 피어서 놓치기 쉽다. 키가 작은 야생초가 피운 꽃을 찾으려면 눈을 크게 뜨고 주의 깊게 관찰을 해야만 한다.


도심에서 야생화가 주로 피는 곳은 잘 가꿔진 화단보다는 콘크리트 틈이나 방치된 화단 구석, 공터 같은 곳이다. 대부분 양지바른 곳이고, 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다.

돋아난 쑥과 봄까치꽃@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얼마 전 집 근처에서 조건에 딱! 맞는 장소를 찾았다. 포근해진 날씨에 봄까치꽃이 여기저기 파란 점을 찍은 듯 피어났다. 향긋한 쑥은 어린잎들이 쑥쑥 올라오고, 토끼풀도 사방으로 줄기 뻗으며 작은 잎을 만들고 있었다.


까치발로 나무에 핀 꽃을 찍는 건 쉽지 않지만, 야생화 찍으려고 납작 엎드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모두 내 작은 키 덕분이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몸을 잔뜩 웅크고 있었다. 를 낮추어 보면 어마어마한 대지를 품은 듯 전혀 다른 풍경이다. 공터를 뒤덮은 야생초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산책 나온 개가 킁킁 소리를 내며 게 다가왔다. 못 본 척하면 지나가겠거니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향해 무섭게 짖어댔다. 개도 주인도 놀란 내 심장은 위로도 해주지 않고, 개를 말리듯 주인이 말한다.


"사진 찍잖아! 오늘은 다른 데로 가자!"

자리가 마치 개의 영역인 듯했다. 개를 데리고 산책 나서는 사람들을 보통 피해 다니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개가 와서 핥거나 짖어대는 일은 흔한 일이다. 개는 주변을 빙빙 돌더니 주인이 이끄는 대로 갔다. 그러고 보니 사방엔 마른 개똥들이 많았다.


야생화들이 피는 후미진 곳에선 흔히 보는 것(^^;) 중에 하나다. 혹시나 모르고 밟을지 몰라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제비꽃이 있었다. 봄에 만난 첫 제비꽃이다. 개에게 놀란 일은 금세 잊어버리고, 아이 하교시간 알람이 울릴 때까지 봄을 즐겼다.

제비꽃과 봄까치꽃 나란히 피었다.

작지만 모든 것을 갖춘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존재가 바로 야생화들이다. 그런 야생화를 보면 엄마를 닮아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잠시 사라진다. 게다가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있지 않는가?

하교시간에 맞춰서 교문으로 걸어오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 틈에 있는 내 아이 키는 작기는커녕 또래들과 비슷해 보였다. 엄마의 조바심이 아이의 키를 더 작게 만든 건 아닌지 미안해졌다.

아이에게 방금 만난 제비꽃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아이가 원하는 달리기 시합을 하며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keyword
이전 06화꽃사진을 보며 받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