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이 순식간에 피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꽃을 밟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폴짝거리면서 꽃잎을 살폈다. 앉은자리에서 한참을 찍고, 돌아서 또 한참을 찍었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어머!"
방금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었다. 그리고 화단에 백목련이 활짝 피었길래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길가에 보라색 점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하나씩 제비꽃을 세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백목련 @songyiflower인스타그램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남편이 "쓰레기 버리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또 놀다 왔구나!(아마도 꽃을 보다 온걸 눈치챈 듯했다.)" 대답을 하려는데 잠시 버퍼링이 생겼다. 얼른 자리를 피했다.
'내가 너무 오래 있었나?'
제비꽃에 대한 집착은 아주 어린 시절을 돌아간다. 공원에서 놀다가 작은 보라색 꽃을 발견했는데, 예쁘게 피었길래 유심히 쳐다봤다. 그런데 꽃은 한송이가 아니라 온 사방에 같은 꽃이 끝도 보이지 않게 피어있었다. 갑자기 나 혼자 꽃들 사이에 갇혀버린 기분이었다. 발을 뗄 수가 없었고, 꽃을 밟지 않고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아마 한참을 앉은자리에서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있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편향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서른이 막 지나고 나서부터일 것이다. 갑자기 망가진 갑상선 때문에 쉬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낯선 시간을 마주해야 했다. 과거의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작고 큰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랫동안 침잠했다가 한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을 쫒아간다. 그리고 함께 있던 꽃들이 보인다. 울면 달래주던 엄마와 아빠가 있던 시절엔 늘 꽃들이 있었다. 잠깐씩 자연에서 받았던 느낌이 흉터처럼 남았나 보다. 흉터를 보면 다쳤던 날이 되살아 나듯 꽃을 보면 그날들이 떠오른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나도 모르게 딴짓을 했다. 백목련 핀 걸 보면 오늘이 기억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