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엔 미련두지 않기

과꽃

by 무쌍


길가의 꽃을 찍을 땐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그 꽃을 만난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 꺾이거나 갑자기 통째로 뽑히는 일은 늘쌍있기 때문이다. 동네에는 오래된 주택들이 많은 골목이 있다. 집집마다 꽃을 가꾸시는 분들이 많다. 화단 꽃들은 쓰레기 투기를 막으면서도, 주변을 꽃향기로 채워 사람들의 눈길도 사로잡는다. 아침마다 화단에 물을 주며 정성껏 가꾸시는 분들 덕분에 꽃 사진을 찍는 일도 날마다 설렌다. 그런데 종종 꽃 화단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화단의 과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무슨 영문인지 가을이 오기 전 주인은 꽃을 뽑아버렸다. 뽑히기 전 진분홍색 과꽃은 늦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히 꽃을 피웠다. 건물 외벽에 기대서 피는 모습은 연약해 보였지만, 꽃은 쉬지 않고 피었다. 가끔씩 담배를 문 사람들이 주변에서 꽁초를 튕겨 댔지만, 날마다 치우는 손이 있어 꽃은 무사했다.

과꽃 옆으로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 있었지만 꽃이 자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 과꽃은 사진을 담고 얼마 안 돼서 사라졌다. 그리고 꽃이 피었던 화단은 시멘트로 채워졌다. 시멘트가 마르자 기다렸다는 듯 더 큰 실외기가 설치되었다. 과꽃이 있었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매번 이럴 때 '담담하게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정이 듬북 쌓인 친구를 읽어버린 기분이 든다. 주변을 관찰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면, 피할 수 없는 일이 '느닷없는 이별'이다. 자주 가던 카페가 사라지는 일은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진다. 다른 카페가 그 자리에 생기기도 하고, 이참에 다른 단골 카페를 만들면 된다.


동네 꽃 지도에서 또 주인공이 하나 빠졌다. 이별이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를 대신할 다른 꽃들이 피어 난다. 그러니 잠시 섭섭했던 이별의 해프닝(?)은 다른 꽃이 채워줄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떠난 것에는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 나를 떠난 건 꽃만이 아니다. 사람, 기대, 기회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이별의 순간 어쩔 줄 모르던 마음도, 다른 새로움이 들어 올 자리라고 믿기로 했다. 꽃을 쫒아다닌 덕분에 이제야 이별의 의미를 제대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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