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남는 풍경

해바라기 꽃

by 무쌍

래전 중랑천 수로 근처에서 해바라기 꽃밭을 찾았다. 여름은 금방 떠날 듯했지만, 한낮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는 곳이었다. 나보다 키가 큰 해바라기 꽃 사이로 코스모스가 뒤엉켜있고, 노란 줄처럼 생긴 실새삼은 코스모스 줄기를 감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꽃밭엔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여러 마리의 사마귀가 해바라기를 차지한 그야말로 야생의 풍경이었다.

중랑천 수로에 핀 해바라기꽃과 코스모스(@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날마다 찾아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큰아이가 급성장염과 후두염으로 입원을 했다.

그때 배속에 둘째가 크고 있어 입덧이 심했다. 입원한 아이와 씨름하느라 아예 먹지 못했, 병원에서 풍기는 여러 가지 냄새가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들은 입덧이 즐거운 식탐을 누리는 시간인 것만 같은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큰아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제 다이어트가 되었고, 해산 달이 되어야 사람들은 임신한 걸 알아봤을 정도였다. 입덧에 대해서 글을 쓰려니 분량 조절이 어려울 지경이다. 할 말은 많지만 '입덧이 심했다'로 마쳐야겠다.


수로주변은 가까이 갈 수 없어 멀리서 바라봐야했다

큰 아이가 퇴원하고 일주일 후 다시 어린이집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핸드폰을 보다가 사진 속 해바라기 꽃밭이 생각났다. 아직 남아있을지 궁금해서 마음이 다급해졌다.

둘러 카메라를 챙겨 들고 꽃밭으로 갔다. 수로 근처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할머니 한분이 해바라기 앞을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한참을 자리에서 뜨지 않았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나의 포토존을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을 때면, 주변을 빙빙 돌며 기회가 생기길 기다려야 했다. 다행인지 그날 꽃들은 전보다 더 만개해서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좋았다. 내가 사진을 다 찍을 때 까지도 할머니의 시선은 그대로였다. 곳엔 사진 찍는 나와 꽃을 보는 할머니만 있었다. 문득 할머니 시선을 따라 게도 올 노년 시기가 궁금해졌다.


시인 도널드 홀의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모든 이들에게>는 에세이를 얼마 전에 읽었다. 은 그가 사는 집 창밖 풍경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여든 나이만큼이나 오랫동안 관찰한 듯 자연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에선 그가 만난 창밖의 계절이 모두 들어 있었고, 꽃에 대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엔 이런 글이 나온다.

" 창문 밖으로 나는 본다. 온통 하얗던 풍경이 연한 초록색으로 , 짙은 초록색으로 변하고 노랗고 빨갛게 되었다가 앙상한 가지 아래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다시 눈이 내린다."

오래전 꽃밭에서 만난 할머니의 시선 비슷하지 않았을까? 해바라기 꽃밭은 여러 해 변신을 하고 다시 겨울이 지나고 있다. 나는 그 때보다 꽃을 더 많이 찾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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