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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May 26. 2021

토마토를 키우다 운 좋은 사람이 되었다

수치심 버리기

  지난달에 심은 토마토 씨앗이 벌써 줄기가 단단해졌다. 실내에서 키우기엔 토마토 만한 것도 없다. 벌레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건강하게 오래 지켜볼 수 있다. 토마토 모종 사이로 어디서 묻어왔는지 잡초가 자꾸 자란다. 야생화처럼 함께 두고 키우고 싶지만 토마토를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뽑아야 한다. 텃밭보다는 잡초가 덜 자라지만 자주 들여다보며 잡초를 뽑아내야 한다.  

베란다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토마토

  내 머릿속에도 잡초들처럼 솟아나는 것이 있다. 잡초보다 훨씬 더 순식간에 지는 부정적인 생각들자꾸만 나를 압도하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내 삶에도 그런 잡초 같은 존재들이 있었나 보다. 함께 살아가긴 하지만 내가 제대로 나아갈 힘을 잡초들이 뺏아간다. 장애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수치심은 다시 찾아와 무겁게 잡아당긴다.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잡초가 솟아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토마토 모종을 키우듯 내 마음도 편안하게 자주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토마토를 키우는 건 내가 원하는 일이고, 무엇보다 결실을 기대하는 일이다. 그러니 잡초를 정리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이었다. 를 보듯 마토 모종 애틋해졌다. 가만히 나를 보듯 바라봤다.


 매 순간 어느 때고 최선이었다. 늘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대충 하지 않으려 했다. 갑자기 모든 것 지쳐버렸. '더는 못하겠다'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내가 바꿀 수 있다' 것이 망상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가장 중요하던 삶의 일부와 단절이 필요했다. 가위를 들어 하나씩 잘라내려고 했지만,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두 손으로 뜯어 버렸다. 긋한 커피도 오래된 공허감을 떨치게 하지 못했다. 달콤한 초콜릿도 우울한 상처를 잊게 하지 못했다. 달콤한 디저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수치심을 버리고 나를 찾아야만 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책 <운을 부르는 습관>은 수치심에 대해 이렇게 설명되어 있었다.

 " 수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기분 나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숨쉬기가 힘들고 가슴이 답답하며 비참한 기분까지 든다. 수치심은 바뀔 수 없는 근본적인 결함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게 된다고 했다. 나에게 결함이 있다는 생각이 저주가 내려진 것처럼 나의 무의식을 순식간에 지배한다고 했다.
- <운을 부르는 습관> 게이 헨드릭스, 캐럴 클라인


 수치심은 타고난 것이 아니며, 단지 누군가에게 의해 수치심을 느끼도록 길들여졌고, 이러한 감정이 신체의 근육과 신경에 점점 스며들어, 행운과 삶에 대한 열정을 잠식해버다고 했다. 그렇지만 수치심은  떨쳐버리려 하면 할수록 더 벗어날 수 없다. 있는 그대로 인정을 하고 없애려는 노력을 그만두어야 했다. 수치심은 떠올릴수록 더 커지고 더 오래 머물러 매몰된다는 것이다.


 책 <운을 부르는 습관>에선 수치심과 반대되는 개념인 '자기애'를 자신에게 불어넣는 일을 하라고 권한다. 그래서 토마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날을 자주 상상한다. 열매가 익을 때를 기다렸다 아이들과 따는 장면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졌다. 토마토 키우는 것처럼 내 마음을 돌보기로 했다. 수치심은 잡초처럼 내버려 두었다가 더 자라기 전에 뽑아내기 시작했다. 토마토 주변에는 계속 잡초가 자란다. 그리고 계속 잡초를  뽑아내는 일처럼 나를 돌보는 일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없이 낀 먹구름 아래에 살다가 조금씩 밝은 곳으로 나갔더니 결국엔 내가 서있는 곳이 가장 밝은 곳이 되었다.

  빛이 잘 드는 남향집으로 이 와서 좋은 점이 생겼다.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은 토마토가 심어진 화분과 내 자리를  똑 같이 온종일 비춰 준다는 것이다. 드시 태양을 그대로 닮은 행운의 빨간 방울토마토 열릴 것이다.

 토마토를 키우면서 나는 운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치심을 버리는 건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가 수치심을 밀어는 글을 쓰게 고, 조금씩 토마토처럼 열매가 빨갛게 익어갈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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